취임 직후 비품 15개 품목에 998만원 집행…이사장 관사만 보증금 상한 없어

기술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설립된 기술보증기금이 이사장 관사에 전세보증금 10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안대교와 이기대 조망이 가능한 부산 남구 용호동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이사장 관사에만 보증금 상한이 없고, 다른 임원 공관보다 넓은 면적을 허용하는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단순히 관사가 비싸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공기관장의 주거 지원에 어느 정도까지 예산을 쓸 수 있는지, 그 기준이 합리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동래)이 기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사장 관사는 전용면적 110.26㎡ 규모로, 전세보증금은 10억원이다. 기보는 2020년 2월 해당 아파트를 관사로 계약한 뒤 6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정윤모·김종호 전 이사장에 이어 지난 7월 취임한 권형택 이사장도 이곳에 입주했다.
보증금은 올해 4월 8억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올랐다. 기보 본사가 있는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와는 약 6㎞ 떨어져 있다. 의원실이 제시한 본사 인근 유사 규모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5억원 수준이다. 관사 보증금이 인근 시세의 두 배에 이르는 셈이다.
비품 구입 내역도 논란이다. 권 이사장 취임 직후인 8월 12일부터 19일까지 소파 333만원, TV 218만원, 침대 174만원 등 15개 품목을 구입하는 데 약 998만원이 집행됐다. 관사 비품은 기금 예산으로 마련됐다.
개별 물품의 필요성이나 가격 적정성은 구입 내역과 집행 기준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취임 직후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약 1000만원이 집행됐다는 사실은 공관 운영비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점검할 근거가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정의 차이다. 기보의 공관 운영요령은 상임이사와 감사의 공관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한다. 직원 임차사택 역시 국민주택규모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반면 이사장 공관은 전용면적 148㎡까지 허용된다. 다른 임원 공관 기준의 약 1.7배다. 보증금 상한을 묻는 의원실 질의에는 ‘상한 없음’이라고 답했다.
기관장 관사에 일정한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그 지원의 규모를 제한 없이 정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다른 임원과 직원에게는 면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이사장에게만 더 넓은 공관과 보증금 상한 없는 지원을 허용한다면, 그 차이를 설명할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서 의원은 “기보는 담보가 부족한 기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데, 이사장 관사에 10억원이 묶여 있다”며 “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관사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장 관사의 면적과 보증금에 합리적인 상한 기준을 마련하고 호화 관사를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사의 적정성은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가구가 얼마나 비싼지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공공기관이 기관장에게 제공하는 혜택에는 설명 가능한 기준과 통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10억원짜리 관사보다 더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그 10억원을 가능하게 한 규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