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은 없어서 못 파는데⋯AI 거품론은 왜 사라지지 않나

입력 2026-10-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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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ASML 사상 최대 실적에도 AI 투자 회의론 지속
AI 인프라 차입 급증…자금조달 비용·수익성 부담
전력난에 2029년 장비투자 2270억 달러 전망
빅테크 투자 지속성에 K반도체 슈퍼호황 향방 달려

AI 반도체가 없어서 못 파는 초호황에도 시장에서는 거품론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정작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부담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회수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가운데 향후 반도체 공급능력이 수요를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도 3분기 매출 116억6200만유로(약 17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ASML은 일부 고객사가 2029~2030년 장비 주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현재 계획된 생산능력으로는 2027~2028년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I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금융시장과 달리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는 설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AI 투자 확대의 지속 가능성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수익성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감가상각과 전력·운영비에 더해 차입금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 관련 부채 발행 규모는 9월 230억달러(약 31조원)로 8월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반면 올해 AI 관련 차입 규모는 4660억달러(약 628조원, 9월 누적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0억달러)의 4.6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9%가 AI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향후 신용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차입 의존도가 높은 AI 인프라 기업에는 금융비용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가 발행한 일부 회사채는 가격이 액면가의 8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통시장 수익률이 15% 안팎까지 상승했다. 회사채 가격 하락은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차입 부담과 현금창출 능력에 대해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 부족도 변수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2028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약 34%에 해당하는 32기가와트(GW)의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서버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전력망 연결이 지연되면 데이터센터 가동과 AI 서비스 매출 발생 시점이 늦춰진다.

반도체 업계의 공격적인 증설 역시 중장기 변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300㎜ 웨이퍼 팹 전공정 장비 투자액은 1490억달러(약 201조원)로 전년 대비 31% 증가할 전망이다. 장비 투자액은 2029년(2270억달러) 정점을 기록한 뒤 2030년 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공급 부족에 대응한 투자가 수년 뒤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지는 시점에 AI 투자 증가세가 둔화하면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AI 산업의 최종 수요자들이 막대한 투자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시장의 시선은 이달 말 예정된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로 옮겨가고 있다.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 성장률과 현금흐름, 신규 차입 비용 등이 AI 투자 지속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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