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지정권한 이양 추진에⋯정비업계 "사업 지연·난개발 우려"

입력 2026-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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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자치구, '500가구' 대신 '3만㎡' 기준 추진
정비사업연합회 "인허가 병목 해소가 우선"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가 13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난희 기자 @nancho0907)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가 13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난희 기자 @nancho0907)

서울 자치구들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넘겨받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정비사업 현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자치구들은 권한 이양 기준을 기존 500가구 미만에서 면적 3만㎡ 이하로 바꾸는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정비사업 조합장들은 오히려 사업 지연과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는 13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 약 65개 정비구역의 조합장과 추진위원장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권한 이양이 사업 기간 단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이 정비구역 지정이 아닌 이후 인허가 절차에 있다고 지적했다. 신속통합기획 도입 이후 정비구역 지정 기간은 5년 이상에서 2년 안팎으로 줄었지만, 추진위원회 승인과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자치구가 담당하는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준용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 이사장은 "9개 권한 중에 7개가 기초단체에 있고 2개가 광역자치단체에 있다"며 "사업 지연은 사업시행인가, 추진위원회 만드는 것, 관리처분, 이주, 철거 이런 데서 지연이 되는데 구역 지정은 현재 신속통합기획으로 5년에서 2년으로 줄어서 애로사항이 이미 해소됐다"고 말했다.

실제 자치구 인허가 지연 사례도 제시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창신동 정비사업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접수를 6월 11일에 했는데 아직 100일이 지나도록 지정 고시가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한이 25개 자치구로 나뉘면 정비계획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용적률과 기부채납, 임대주택 비율 등 조합원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자치구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접 정비구역의 개발계획이 따로 수립되면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 확보가 어려워지고 사업성도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1000가구에서 살면 공원도 생기고 커뮤니티도 생기고 공사비도 적게 들고 관리비도 줄어든다"며 "300가구에 살면 관리비가 늘어나고 건축비도 늘어난다. 아파트 재산 가치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도로, 상하수도 등 광역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반문했다.

통합심의 권한 이양에도 반대했다. 현재 서울시 통합심의에는 건축·경관·교통·환경 등 분야별 전문위원 약 30명이 참여하는데, 각 자치구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면 수백 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심의 기준까지 달라지면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이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아직 자치구에는 숙련된 인원이라든가 예산이 미비하다"며 "인력과 예산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권한이 이양되면 그 피해는 국민한테 돌아오기 때문에 제도와 인력을 마련해 놓고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연합회는 정부와 국회에 권한 이양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대신 추진위원회 승인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단계별 처리기한을 명확히 하고, 제도 개선 과정에서 조합과 추진위원회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치구들은 권한 이양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동작구는 7일 서울 16개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 자치구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개최했다. 2일 15개 자치구가 참여한 첫 회의에 이어 권한 이양 대상과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권한 이양 기준이다. 애초 논의했던 '500가구 미만' 대신 '3만㎡ 이하'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 과정에서 가구 수는 달라질 수 있지만, 구역 면적은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비구역 면적과 정비기반시설 규모, 건폐율·용적률 등의 변경 기준을 현행 1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늘리고, 공공시설 건축물의 용도나 규모 변경도 경미한 변경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소규모 정비구역 통합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기관의 위원 추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권한 이양이 자치구별 난개발과 인허가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자치구들은 14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 제도 개선안을 상정하고, 이후 국토교통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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