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와 어르신의 접종률은 60%, 80% 수준이지만 그사이 나이대(15~64세)는 30% 내외에 불과하다. 한창때라 독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일 수도 있지만, 무료였다면 접종률이 두 배는 되지 않았을까.
노약자가 아니라면 독감으로 입원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운이 없으면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진다. 따라서 적어도 장년층(50~64세)은 다소 번거롭더라도 백신접종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독감백신은 독감 예방 또는 증상 완화에 더해 뜻밖의 긍정적 효과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국 항저우 저장중의과대 연구진은 학술지 ‘BMC 공중보건’에 독감백신 접종이 심근경색 위험성을 18% 낮춘다는 메타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타연구란 이미 발표된 연구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으로 분석해 결론을 얻는 방법이다. 심근경색은 독감의 드문 합병증으로 독감이 걸린 뒤 일주일 안에 일어날 확률이 평소보다 6배나 높다. 독감백신이 어떻게 위험성을 낮추는지 인과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염증 억제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평소 심혈관계가 걱정이라면 독감백신을 맞는 게 좋을 것이다.
독감백신 접종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4년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은 독감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하지 않은 65세 이상 성인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전자의 발병 위험이 40%나 낮다고 보고했다. 후속 연구로 표준용량 독감백신과 고용량 독감백신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후자의 위험이 20% 더 낮았다고 지난 4월 학술지 ‘신경학 저널’에 발표했다.
고용량 독감백신은 표준용량 백신보다 항원량이 4배 더 많아 면역반응을 더 강하게 유도한다. 면역반응이 약한 고령자의 경우 표준용량 백신으로는 항체 형성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고용량 백신을 추천한다. 다만 고용량 백신은 비싼 데다 무료 혜택도 없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독감으로 입원해 발생하는 의료비용도 커지고 있어 고용량 백신 무료화 또는 비용 일부 지원 같은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역시 무료임에도 어린이의 접종률 60% 수준에 머문 데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부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고령자에 비하면 낮은 확률이지만 미접종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독감 시즌 미국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어린이 6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미접종자가 9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개개인이 독감백신의 효과를 체감할 수는 없다. 백신을 접종한 뒤 독감에 안 걸렸어도 꼭 백신 때문이라고 할 수 없고 백신접종을 안 하고 있다가 독감에 걸려 입원했더라고 백신을 안 맞아서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앞서 소개한 연구들처럼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으로 분석해 효과를 판단할 뿐이다. 즉 독감백신을 맞으면 덜 고생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는 내심 ‘나는 예외’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종종 그게 통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결국은 확률에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