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램프사업 매각 법정으로…승계거부권·교섭권 쟁점

입력 2026-10-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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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현대모비스 램프사업 분할·매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근로자의 고용승계 거부권과 노조 단체교섭권의 인정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법원 판단이 외부 매각을 전제로 한 물적분할의 근로자 권리 보호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경영상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의 법적 부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근로자 341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회사분할결의 및 분할·매각절차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램프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에 근로관계를 승계한 뒤 지분 100%를 OP모빌리티에 매각하는 절차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우선 쟁점은 외부 매각을 전제로 한 물적분할에서 근로자의 고용승계 거부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다. 대법원 판례상 영업양도 때는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거부할 수 있지만, 회사분할에서는 근로관계 승계가 원칙이다.

대법원은 2013년 현대그린푸드 판결에서 회사가 분할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근로자 협조를 구했다면 개별 동의 없이 근로관계가 승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회사분할이 해고 제한을 회피해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가 승계를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노조는 현대모비스가 ‘물적분할 후 주식매각’ 방식으로 영업양도 때 인정되는 근로자의 승계거부권을 우회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번 분할은 처음부터 외부 매각을 전제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근로자 보호법규를 우회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램프사업 분할매각 및 노사갈등 주요 일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현대모비스 램프사업 분할매각 및 노사갈등 주요 일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아울러 신설회사에 배정될 일감과 수익성, 고용유지 방안이 불확실해 분할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2013년 판결에서 요구한 절차적 정당성 역시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법률대리인은 회사가 신설회사와 해외법인 간 거래구조 등에 대해 “현재 상대측과 논의 중”이라고 답했고, 향후 물량 보장도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나 근로자 해고를 위한 탈법적 매각 정황이 확인된다면 가처분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승계거부권이 법률에 의해 정해져 있는 명시적 권리는 아니다”라며 고용승계 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교섭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연구직지회에 대한 회사의 단체교섭 의무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1월 기존 노조들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쳤지만, 당시에는 매각 계획이 발표되기 전이어서 고용승계 문제가 구체적인 교섭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사무연구직 근로자들은 기존 노조 가입 대상도 아니었다.

이후 지회가 지난 4~5월 고용 문제에 관한 특별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끝났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고용승계 예정자 400명 중 343명이 지회 조합원인 만큼, 매각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의 의사가 교섭에 반영됐는지가 쟁점이다.

노조 측 법률대리인은 “다른 노조와는 협의하면서 실제 전적 대상의 압도적 다수를 대표하는 노조와는 교섭 자체를 거부했다”며 “노조에 따른 차별적 고용처리이자 헌법상 단체교섭권을 형해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체협약에 회사분할·매각 시 노조의 사전 동의나 합의를 받도록 한 조항이 있다면 매각 절차의 중단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가처분이 인용되면 현대모비스의 매각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법원이 매각을 전제로 한 물적분할의 절차적 정당성과 근로자 설명·노조 교섭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상 필요에 따른 사업 재편이라도 외부 매각을 전제로 한 물적분할이라는 이유로 고용승계 갈등과 법적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할 계획과 고용·물량 보장 방안을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영향을 받는 노조와 어떤 방식으로 교섭해야 하는지 기준이 불명확하면 거래 일정과 사업 재편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번 판단은 다른 기업의 물적분할 후 지분매각 과정에서도 고용승계와 노조 교섭 절차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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