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들은 여전히 고금리에 민감

AI 투자 열풍이 미국 회사채 시장의 오랜 공식을 뒤흔들고 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미루면서 회사채 발행이 줄지만, 올해는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리와 발행량이 동시에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들어 회사채 1조6900억달러(약 2271조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약 1.2%포인트 올라 5.97%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차입비용이 오를수록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10년간 우량 회사채 발행량과 차입금리는 대체로 반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올해는 AI 투자를 확대하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금리 상승에도 자금조달을 이어가면서 이 관계가 뒤집혔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칩 등 막대한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차입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약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콧 슐트 바클레이스 투자등급채권 신디케이트 공동 책임자는 “내년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이 약 1조달러로 예상되는 만큼 고금리 환경에서도 AI 관련 채권 발행은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자금조달도 잇따라 예고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AI칩 구매 등을 위해 최대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논의하고 있으며, 브로드컴도 오픈AI 등의 맞춤형 AI칩 구매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금융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브로드컴은 앤스로픽 등 AI 기업을 대상으로 약 600억달러 규모의 AI칩 금융 지원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반면 빅테크가 아닌 일반 기업들은 여전히 고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은 114억달러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250억~300억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전 세계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수익률이 약 5.5%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0.5%포인트(p) 이내로 접근한 영향이다.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수익률은 5%를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금리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AI 관련 회사채 공급이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스 미켈슨 TD증권 미국 신용전략가는 AI 투자와 인수합병(M&A) 관련 회사채를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공급”이라고 지적하며 “늘어나는 물량을 시장이 소화하려면 신용스프레드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