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멈춘 사이 외연 넓히는 CPTPP⋯가입 늦추면 “2030년까지 수출 손실 24조”[다시 멈춘 CPTPP]

입력 2026-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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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은 속도 내는데 韓 '제자리 걸음'…합류 늦어질수록 '만장일치' 진입 문턱↑
발목 잡은 건 대외 협상력 아닌 '통상 정치'…"표심 넘어설 정치적 결단 시급"

▲CPTPP 회원국 현황 및 주요국 가입 추진 현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CPTPP 회원국 현황 및 주요국 가입 추진 현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이 국내 이해관계 충돌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미루는 사이 글로벌 다자 통상 블록의 외연 확장이 가속하고 있다.

정부의 연내 가입 신청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역내 공급망 진입 실기로 인해 2030년까지 누적 수출 손실액이 2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의 가입 절차가 정체된 가운데 CPTPP의 신규 회원국 확대는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의 가입 확정에 이어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 등이 가입 협상 단계에 진입했고, 에콰도르와 우크라이나 등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역내 핵심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은 이미 지난 2021년 9월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쟁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한국의 가입 지연은 향후 협상에서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CPTPP는 기존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를 요구하는 폐쇄적 구조다. 우리보다 먼저 가입을 확정 짓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설득해야 할 대상과 넘어야 할 문턱이 덩달아 높아진다는 의미다. 특히 신규 가입국에 엄격한 시장 개방 잣대를 들이대는 '오클랜드 원칙' 탓에 제때 합류하지 못하면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켜낼 협상력마저 잃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통상 전문가는 "올해 11월 CPTPP 정례회의에 가입 안건을 올리려면 사전에 공식 의사를 표명하고 회원국 간 검토 프로세스를 거쳐야 했다"며 "가입이 지연될수록 향후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핵심 관심사를 관철할 입지와 협상의 여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적 기회비용 손실도 커질 전망이다. 가장 큰 타격은 핵심 혜택인 '원산지 누적 기준' 적용 대상에서 한국이 소외된다는 점이다. 12개 회원국 어디서 원자재를 조달하든 역내산으로 묶어 무관세 혜택을 주는 이 거대한 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하면 우리 수출 기업들은 부품 공급처로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 한국산 부품 대신 회원국 제품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무역 전환 효과'가 발생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 전문가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공급망 상호 배제 조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CPTPP는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한 핵심 파트너"라며 "가입 지연은 우리 수출 기업들이 특혜관세 요건에 맞춰 글로벌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재조정할 최적의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영기업 보조금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중국과 양안 갈등 상황인 대만이 단기간 내 정식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시간적 여유'를 주장한다. 그러나 무역 전문가들은 대체 공급망 선점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실기(失期)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수치로 나타나는 기회비용 손실은 상당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제조업 부문에서 향후 15년간 연평균 6조 3000억~6조 7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농림수산업 예상 피해액(연평균 85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5조원 이상의 순편익이 발생한다.

나아가 민간 빅데이터 플랫폼 에이밋(AMEET) 토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CPTPP 가입 지연으로 아시아·태평양 밸류체인 진입 기회를 놓치면 2030년까지 누적 수출 손실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를 초과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현재 명목 GDP 규모(약 2400조원)를 감안하면 시간 지연에 따른 수출 기회비용 손실만 최소 24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지연의 근본 원인은 대외 협상력이 아닌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 참여라는 통상 정책적 당위성은 이미 검증이 끝난 사안이며, 문제는 전적으로 '통상 정치(Trade Politics)'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피해 계층의 강력한 반발과 대다수 수혜자의 분산된 지지라는 정치공학적 비대칭 구조 탓에 정치권이 결단을 미루고 있다"며 "선거 셈법을 넘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구체적 보상책을 제시할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9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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