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동에 ‘시총 퇴출’ 정책 빨간불…소명 절차·회복 요건 도마 [코스닥 시총 상폐제 제동]

입력 2026-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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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기준을 높여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려던 정부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한국거래소는 소송 결과에 일관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정비했으나 법원에서 절차상 미흡함을 문제삼으면서 본안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되면 퇴출 절차를 재설계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거래소는 2일부터 시행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의 개정 시행세칙을 내놨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의 근거 규정 효력에 대한 법원의 결정·판결이 있고 거래소가 상장관리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하거나 효력을 정지하고, 상장폐지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맞춰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진행 중인 소송과 향후 유사 사례에 대비해 조치의 통일성을 확보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법인에도 법원 판단의 취지에 맞춰 동일한 기준으로 조치하기 위한 정비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는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의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인용했다. 두 회사의 상장폐지 결정 효력은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되고 정리매매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거래소는 같은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돼 정리매매 중이던 에이에프더블류와 세진티에스의 퇴출 절차도 보류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상장폐지 근거가 된 시가총액 미달 규정과 경과조치를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는 위법·무효 규정으로 판단했다.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기업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고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맞추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기업의 실질적인 절차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달해도 경영성과·시장평가·성장성 측면에서 상장적격성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기준을 높이면서도 의견 진술이나 이의신청 기회를 주지 않아 적격 기업까지 퇴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소명 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복 요건 강화의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종전에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기준을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충족하면 됐지만, 개정 후에는 연속 45거래일 충족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지정 후 45거래일만 지나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거래소는 인위적인 단기 주가 부양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연구용역보고서나 내부 자료에서도 해당 요건을 특별히 검토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리종목 지정 자체가 주가를 떨어뜨려 실적 개선이나 자본 확충에도 시가총액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관찰·회복기간만으로 이의신청이나 심사 절차를 대체할 만큼 적격 기업의 퇴출 위험을 차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시행 시기를 앞당긴 조치 역시 문제로 봤다. 거래소가 부실기업의 적시 퇴출이라는 추상적인 설명 외에 조기 시행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필요성·효과·시장에 미칠 여파를 검토한 자료가 없고,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적용 시기가 앞당겨져 기존 일정에 맞춘 기업의 시가총액 회복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시가총액 기준 금액을 상향한 것 자체의 목적이 부당하거나 기준이 과도하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준 상향에 맞춰 소명 기회와 합리적인 회복기간을 보장했는지, 적용 시기를 단축할 근거가 충분했는지가 판단의 중심이었다.

정부는 2월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당초 2027년 시행할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 기준을 올해 7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2일 종가 기준 우선주와 스팩을 제외하고 현행 기준을 밑도는 종목은 코스피 40개, 코스닥 115개로 총 155개다.

정부는 9월4일 추가 상향 기준인 코스피 500억원·코스닥 300억원의 적용을 2027년 1월에서 7월로 미루고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의 코넥스 이전상장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원에선 코넥스 이전상장도 원래 시장에서 상장적격성이 충분한 기업이 퇴출되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가처분 단계지만 법원이 개별 기업의 사정이 아닌 시가총액 상장폐지 규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같은 사유로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7월 유틸렉스와 대진첨단소재를 시작으로 9월 케이엠제약·골드앤에스·제일엠앤에스·삼영이엔씨·주연테크가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달 1일에는 메디콕스와 핀텔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퇴출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당국은 추가 시총 기준 상향 시점을 내년 1월에서 7월로 늦추고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에는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 상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가처분을 통해 상장폐지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면서 코넥스로 옮기기보다 기존 시장에 남아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거래소는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다. 김성천 코스닥시장본부 공시부 팀장은 “최근 법원의 결정에 대한 후속 조치를 추진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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