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최태원 불렀던 국회…1년 만에 달라진 ‘국감 증인 셈법’ [국감 증인 정치학②]

입력 2026-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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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정무위 일반증인 32명…최태원·김범석 등 총수·CEO 대거 채택
올해는 현안 당사자 중심으로…與 “망신주기 안돼” 野 “정권 방어용 선별”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연합뉴스)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연합뉴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불렀던 국회가 1년 만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여당이 ‘정책 국감’을 내세워 기업 총수 증인 채택에 제동을 걸면서 증인석의 무게중심이 그룹 오너에서 현안과 직접 연결된 기업 대표나 실무 책임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업인 증인 채택에 적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망신주기식 소환’을 막겠다며 기준을 높이면서 여야의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무위는 지난해 9월 29일 전체회의에서 일반증인 32명과 참고인 9명 등 총 41명의 출석 요구안을 의결했다. 당시 명단에는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를 이유로 최태원 회장이 포함됐고,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 해킹 사태와 관련해 김영섭 KT 대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주요 기업인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는 국감 전체로 봐도 기업인 증인 채택이 유독 많았다. 당시 국회는 510명의 증인을 채택했고 이 가운데 기업인이 159명에 달했다. 최 회장의 경우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아 국감 출석 문제가 맞물리기도 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무위는 지난달 28일 기관증인 314명을 먼저 채택했지만 일반증인 합의는 뒤로 미뤘다. 국민의힘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논란과 관련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정무위는 지난 1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 일반증인 18명과 참고인 2명을 민주당 주도로 추가 채택했다. 지난해 일반증인 32명과 비교하면 숫자 자체도 줄었지만 성격도 달라졌다. 올해 정무위 증인 명단에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쿠팡 거래관행, GS25 납품방식 등 개별 현안의 당사자인 기업 경영진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대기업 총수나 전직 핵심 정책 관계자의 채택을 놓고는 여야 간 문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김 전 실장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올해 초 청와대 비공개 논의가 있었고 상품 출시 이후 증시 급등락과 투자자 손실이 커진 만큼 정책 결정 책임자를 직접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현직 금융당국 책임자들을 상대로 충분히 정책 검증이 가능하고, 전직 정책실장을 부르는 것은 정치공세 성격이 강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무위의 일반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이 김 전 실장 채택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표결에 불참했다.

총수 증인을 둘러싼 공방은 산자위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산자위는 지난달 22일 국감 증인으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등을 채택했지만, 국민의힘이 요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용범 전 실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명단에서 빠졌다. 국민의힘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기업 자율 판단이었는지 정부 압박에 따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두 총수의 출석을 요구했다.

여당 지도부의 방침이 올해 증인 채택 기류를 바꾼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이유로 대기업 총수 다수를 증인으로 부르려 한다며 “망신주기식 증인 신청에는 절대로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국정감사는 정책 국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각 상임위 민주당 간사들은 기업 총수 소환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쪽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공방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번졌다. 기후노동위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에서 두 총수의 채택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기후노동위 야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내린 투자 결정이라면 실질적인 책임자가 국회에 나와서 설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증인 채택 역시 여야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을 국감장에 부르는 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이어졌지만 이달 중 국제 금융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있어 출석 필요성과 일정 조율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국감 증인 채택은 상임위 여야 간사 협의에 따라 감사 기간 중에도 추가·변경할 수 있어 막판까지 명단이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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