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쇳물 출처’까지 따진다…韓 철강, 규제가 기회 되나

입력 2026-10-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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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강 최초 용해·주조국 증빙 의무화
韓, 일관생산 체제에 대응 부담 제한
中 제3국 우회수출 차단 효과 기대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이달부터 수입 철강의 쇳물 출처까지 확인하는 원산지 추적 제도를 시행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EU의 철강 수입 문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부담이지만, 조강부터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일관 생산하는 국내 주요 철강사에는 중국산 등 저가 철강재와 차별화해 이익을 창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철강업계와 EU 집행위원회 등에 따르면 EU는 1일부터 역내 수입 철강에 대해 최초 용해·주조국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최초 용해·주조국은 철강이 제강로에서 처음 액체 상태로 생산된 뒤 최초의 고체 형태로 주조된 국가를 뜻한다.

EU 수입업자는 통관 과정에서 최초 용해·주조국과 '히트 넘버'(용강 생산 단위별 식별번호) 등이 담긴 밀 테스트 인증서(MTC)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 등에서 생산된 저가 철강 소재가 제3국에서 가공된 뒤 원산지를 달리해 EU로 들어오는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EU는 7월부터 연간 무관세 철강 수입쿼터를 약 1835만t(톤)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새 철강 수입 규제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번 원산지 증빙 강화에 따른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업체들은 고로·전기로에서 조강을 생산해 완제품을 만드는 일관생산 비중이 높은 데다 이미 제품별 생산 이력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기존에도 MTC에 조강 생산국과 히트 넘버 등 관련 정보를 기재해왔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도 국내에서 조강 단계부터 제품을 생산해 별도의 생산공정 변화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이번 조치가 국내 업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산 등 저가 소재를 들여와 제3국에서 가공한 뒤 EU로 수출하는 제품은 최초 용해·주조국이 드러나는 반면, 국내 일관생산 업체는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이력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서다.

EU 바이어 입장에서도 규제 대응과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생산 이력 추적이 용이한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EU의 새 철강 규제는 FTA 체결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적용되지만, 쿼터 배분 과정에서는 FTA 체결 여부가 고려된다.

이에 따라 원산지 추적과 쿼터 규제가 동시에 강화될수록 가격을 앞세운 우회 수출보다 생산 이력과 공급망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한국산 철강의 경쟁력이 부각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EU의 전체 무관세 수입 쿼터 자체가 축소된 만큼 한국의 대EU 수출 물량이 곧바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에서는 수출량 증가보다는 중국·제3국산 대비 시장점유율 방어와 가격 협상력 등 상대적인 경쟁 여건 개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히 싼 제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생산 과정과 원산지를 얼마나 신속하고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가 거래처를 유지하거나 신규 수주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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