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성과급 놓고 줄다리기
석화는 구조조정과 임단협 맞물려
고용 안정·인력 재배치 화두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엇갈린 업황만큼 노사 협상의 쟁점도 갈리고 있다. 호황을 맞은 정유업계에서는 임금과 성과급 등 '성과 보상'이 화두로 떠오른 반면 장기 불황과 사업재편을 겪는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고용 안정'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최근 각각 6차와 7차 임단협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달 30일 6차 실무교섭에 나섰으며 에쓰오일은 지난달 17일 1차 본교섭을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14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 따라 노조의 임금과 성과급 등 보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GS칼텍스 노조는 임금 3.4% 인상과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2.1% 인상 등을 제시해 입장차가 남아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도 성과급 산정 기준 변경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반면 사측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수출 물량 제한 등 경영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정제마진 등에 따라 향후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호실적에 따른 보상 수준과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놓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정유업계 임단협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석유화학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장기 불황으로 국내 업체들이 설비 감축과 사업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임금 인상뿐 아니라 고용 안정과 인력 재배치가 주요 노사 현안으로 부상했다.
LG화학은 5월 청주사업장에서 상견례와 1차 교섭을 시작했으며 여수·대산 사업장도 임금 협상을 추진해왔다. 지난해부터 석유화학 부문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이어진 가운데 노조 내부에서는 임금·성과급보다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 속에서 임단협을 추진하고 있다. 6월 임단협을 앞두고 인력 전환배치와 고용 안정이 주요 화두로 꼽혔다. 대산에서는 HD현대케미칼과의 통합 과정에서 직원 100% 고용승계와 특별격려금 지급을 결정했다. 여수에서도 기초화학 사업재편이 진행되고 있어 사업재편 과정에서의 인력 운용 문제가 노사 관계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유와 석화 모두 올해 임단협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는 호실적에 따른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눈높이 차이가 남아 있는 반면 석화업계는 임금 협상에 사업재편과 고용 문제가 함께 얽혀 있어서다. 특히 석화업계는 사업재편에 따른 구체적인 인력 규모와 배치 방안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근로조건과 고용 문제에 대한 노사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올해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중동 정세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는 시각도 있어 이를 임금과 성과급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를 두고 노사 간 시각차가 있다"며 "또한, 석유화학은 비용 절감이 절실한 회사와 고용 보장을 원하는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서는 만큼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