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비은행 참여 요건 함께 검토…업계 실무자 의견 반영 제언
미국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달러 스테이블코인 채택 확대 전망

해리 정(Harry Jung) 전 미국 백악관 디지털자산자문위원회 부국장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앞서 이용 주체와 활용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 주체를 정할 때는 은행과 비은행을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고, 업계의 의견을 정책에 꾸준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부국장은 1일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2026)’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디지털자산 정책 수립에 참여한 경험을 공유했다. 백악관을 떠나 민간으로 자리를 옮긴 지 약 한 달 반이 된 그는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의 제도화 과정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첫 제언은 스테이블코인의 용도를 구체화하라는 것이다. 정 전 부국장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달러 중심의 글로벌 시장과 각국 통화에 기반한 국내 시장으로 구분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국내에서 어떤 수요를 맞출지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어떤 기관과 사람이 이걸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용 주체와 최종 목표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달러가 이미 세계적으로 쓰인다는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제도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활용 목적을 살피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용 대상과 용도가 분명해야 지속 가능한 활용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발행 주체와 관련해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의 참여를 강조했다. 은행 중심으로 발행을 제한할지, 비은행 사업자까지 허용할지를 둘러싼 한국의 논의에 관한 질문에는 미국 제도를 예로 들었다. 정 전 부국장은 지니어스법이 요건을 충족한 은행이나 인가받은 기관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은행과 핀테크의 역할을 놓고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며 이들을 하나의 큰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기관에만 역할을 한정하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취지다. 한국도 발행 주체를 정하는 과정에서 참여 요건과 생태계 전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조건으로는 현장 의견 수렴을 꼽았다. 그는 “업계 실무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며 한국 역시 민간의 혁신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현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받아야 변화에 맞춰 정책을 조정하고 실제 서비스 운영 여건도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제도화가 가져올 변화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채택 확대를 예상했다.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질 부분을 묻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년간 이어진 확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