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정작 우려되는 것은 그 과정이 전장연에 남긴 경험이다. 닷새 뒤인 24일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 중단을 선언했다. 시위 중단의 계기는 물론 박 장관과의 면담 때문이 아니었다.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권·권리중심공공일자리 등 전장연의 요구를 반영한 조례 제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도 이를 두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멈추겠다던 시위는 한 달여 만에 재개됐다. 관련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공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장연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50일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정부 예산을 요구하며 출근길 시위를 예고했다가 서울시의회의 약속에 이를 중단하더니, 이번에는 조례 공포를 요구하며 다시 지하철로 향한 것이다. 요구 대상은 달라졌지만 시민의 일상을 협상 지렛대로 삼는 방식은 그대로다.
특히 논란이 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도입됐다가 2024년 폐지된 사업이다. 서울시의 2023년 운영 실태 조사에서는 3년간 해당 사업 참여자의 직무활동 중 50.4%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장연의 집회와 시위 참여까지 ‘일자리’로 인정됐다. 이런 사업을 세금으로 되살리는 것이 타당한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장애인 이동권과 일자리는 정부가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고 시민의 일상을 볼모로 삼는 방식까지 협상 수단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특히 출근길 시위를 예고하면 고위 당국자가 흔쾌히 만나주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다시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대화의 문틈이 너무 좁아서도 안 되겠지만, 수많은 시민의 출근길 불편을 매개로 한 극단적인 투쟁 방법이 그 문을 여는 ‘패스트트랙’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 시위가 효과적인 요구 관철 수단이라는 ‘효능감’으로 이어진다면 제2, 제3의 유사한 방식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