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 트럼프도 가입 불발된 골프 클럽 : 슈퍼리치들의 취미 생활 [THE RARE]

입력 2026-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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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ARE ] VOL. 16

트럼프도 가입 불발된 골프 클럽:
슈퍼리치들의 취미 생활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이 있다."

부자 중에서도 '슈퍼리치'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관의 오픈런 줄에는 그들이 없습니다. 세상의 0.0001%로 살아가는 그들, '천외천'의 삶은 우리의 상식 밖 궤도에서 움직입니다.

로고가 없는 3000만원짜리 코트, 대중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1억원의 침대, 그리고 지도에서 지워진 리조트. 남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과시'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단절'을 사는 그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투데이 [THE RARE]는 일반인들은 접하기도 힘든,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훔쳐보고 싶은 견고한 성벽 안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고가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지갑을 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자본주의 최정점에 선 그들의 소비와 취향, 그 속에 숨겨진 부의 트렌드를 들여다 봅니다.

상위 0.0001%가 사는 세상의 문을 열다

VOL. 16 취미 생활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브리지'를 즐긴다고 합니다. 카드 52장으로 네 사람이 두 팀을 이뤄 겨루는 이 게임은 테니스와 함께 그가 직접 꼽은 오랜 취미입니다. 그의 오랜 친구 워런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브리지에 푹 빠져 일주일에 열 시간이 넘게 게임을 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버핏에게는 또 다른 취미도 있는데요. 바로 우쿨렐레 연주입니다. 주주총회에서 악기를 꺼내 연주하는 모습은 투자자로서의 진지한 얼굴과는 사뭇 다릅니다.

반면 휴식 시간에도 모험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CEO는 1987년 열기구로 대서양을, 1991년에는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원하는 대로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열기구에 올라 바람에 몸을 맡긴 겁니다. 브랜슨이 하늘로 향했다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CEO는 바다로 눈을 돌렸습니다. 2013년 그가 후원한 탐사팀은 대서양 약 4000m 아래에서 아폴로 계획에 쓰인 로켓의 F-1 엔진 잔해를 건져 올렸습니다. 같은 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영화 속 상상을 손에 넣었습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등장한 로터스 에스프리 잠수 자동차를 경매에서 약 92만달러에 사들인 겁니다. 어린 시절 영화에서 봤던 차를 직접 소유하게 된 셈입니다.


모험 대신 예술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은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운 연주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는 기타를 연주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2000년 시애틀에 음악 박물관을 열어 자신의 열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영화에 몰두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술품과 문화재 수집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가 평생 모은 작품들은 2021년 국가에 기증됐습니다.

이들의 취미를 들여다보면 익숙한 즐거움과 상상하기 어려운 경험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카드 게임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열기구로 바다를 건너고, 심해에서 로켓 잔해를 찾고, 영화 속에서만 보던 자동차를 사들이는 일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출발점은 누구나 느끼는 호기심과 애정일지 모릅니다. 다만 이들은 그 마음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같은 것을 좋아해도,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느냐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취미의 세 가지 문턱

운영해야 하는 취미, 초대받아야 하는 취미, 그리고 지켜야 하는 취미. 같은 돈으로도 통과하는 문이 다른데요.

바다 위의 작은 도시부터,

전용기를 넘어 우주 관광까지.

이번 호에서는 슈퍼리치들만이 공유하는 '천외천(天外天)'의 취미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HOBBY 01 . SEA

슈퍼요트, 사는 것보다 운영하는 일

(출처=America's Cup 홈페이지 캡처)
(출처=America's Cup 홈페이지 캡처)

바다는 초부유층 취미의 가장 오래된 무대입니다. 슈퍼요트는 길이 24m를 넘기고, 최상위 모델은 100m를 넘기기도 합니다. 피더십(Feadship)이나 뤼르센(Lürssen) 같은 조선소가 수년에 걸쳐 한 척을 완성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요트의 진짜 비용은 '구매 뒤에'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업계에는 요트의 연간 유지비가 구매가의 약 10%라는 통설이 있습니다. 선장과 선원의 인건비, 연료, 항만 사용료, 정기 정비, 보험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유럽 요트 중개업체 관계자 발언 中

"손님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은 요트를 단 하루도 띄우지 않고 항구에 매달아 두기만 해도 매달 수억원의 고정비가 증발한다는 점입니다. 모나코나 칸의 핫시즌 정박지는 돈이 있어도 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하룻밤 정박료만 수천만원에 달합니다."

바다의 취미는 경쟁으로도 이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세일링) 대회인 '아메리카스컵(America's Cup)'은 한 팀이 수천억원대의 예산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역시 돈보다 팀을 꾸리는 능력과 오랜 인맥이 승부를 가릅니다. 한편 2023년 타이타닉 관광 잠수정 타이탄호의 사고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모험에도 안전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일깨웠습니다.

요트에는 계절도 있습니다. 여름이면 지중해의 칸과 모나코, 사르데냐 앞바다로, 겨울이면 카리브해로 옮겨 가는 것이 오랜 관행입니다. 9월 모나코 요트 쇼는 신조선과 중고 매물을 둘러보는 업계의 연례 사교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트가 커질수록 경쟁도 거세집니다. 길이 140m를 넘는 세일링 요트 '세일링 요트 A'는 2017년 인도돼 돛 달린 배로는 세계 최대급으로 꼽혔습니다. 100m급 요트에는 수십 명의 선원이 상주하고, 이들은 선장과 항해사, 엔지니어, 셰프, 스튜어드로 나뉜 하나의 팀으로 일합니다. 주인이 배에 오르는 날은 일 년 중 몇 주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소유자가 없는 시간에는 차터(임대)로 비용을 일부 메우는 방식도 흔합니다.

큰 요트일수록 '장난감'도 늘어납니다. 수영장과 헬리패드, 소형 보트와 제트스키, 심지어 요트에 싣고 다니는 개인 잠수정까지 갖춘 배가 있습니다. 바다의 취미가 가장 멀리 간 사례로는 빅터 베스코보 미국 투자자가 2019년 완수한 '파이브 딥스(Five Deeps)' 탐사가 꼽힙니다. 다섯 대양의 가장 깊은 지점을 개인 자금으로 마련한 유인 잠수정으로 차례로 내려간 프로젝트입니다.

반면 요트는 눈에 잘 띄는 자산이라는 약점도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일부 올리가르히의 초대형 요트가 유럽 항구에서 압류된 일은, 바다 위의 사적인 공간이 얼마나 쉽게 추적되고 묶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취미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생활이 아니라 가시성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HOBBY 02 . SKY

전용기 넘어, 우주 관광

▲지구 궤도의 국제우정거장. (사진제공=나사(NASA))
▲지구 궤도의 국제우정거장. (사진제공=나사(NASA))

슈퍼리치들에게 전용기는 이미 일상입니다. 한 걸음 더 나가면 '우주'가 있습니다. 2001년 미국의 기술자이자 기업인 데니스 앤서니 티토는 약 2000만달러를 내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온 최초의 민간 우주 관광객이 됐습니다. 그 뒤 우주는 수십 년에 걸쳐 국가의 영역에서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왔습니다.

2024년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민간 우주비행사인 재러드 아이잭먼이 이끈 민간 임무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은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을 해냈습니다. 취미라고 부르기엔 거창하지만, 위험과 훈련,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모험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줍니다.

다만 하늘의 취미에는 돈 외의 것들이 함께 요구됩니다. 수개월의 훈련, 건강 검진, 이론 교육을 거쳐야 하고, 비행 직전까지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돈은 출발점일 뿐인 것이죠.

우주로 가는 길은 이제 여러 갈래입니다. 준궤도 비행은 버진갤럭틱의 좌석이 수십만달러대로 알려져 있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며칠 머무는 민간 임무는 미국의 액시엄 스페이스가 2022년 첫 임무(Ax-1)를 시작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을 묶는 공통점은 '경험을 산다'는 점입니다. 소유할 수 없고, 사진으로만 남는 몇 분 또는 며칠입니다. 그만큼 이야기의 값이 큽니다. 전용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용기는 이동 수단이면서 '내 시간표로 움직인다'는 자유를 사는 일입니다. 소유, 분할 소유, 차터 가운데 무엇을 고르느냐는 이용 시간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우주 관광의 전환점으로는 2021년 9월의 '인스퍼레이션4(Inspiration4)'가 자주 언급됩니다. 재러드 아이잭먼이 비용을 대고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 네 명만 탑승한 최초의 궤도 비행으로, 우주가 직업 우주인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하늘의 취미에는 새로운 갈등도 따릅니다. 전용기의 이륙ㆍ착륙 기록은 공개 항공 데이터로 추적할 수 있어, 2022년을 전후해 이를 모니터링하는 계정이 화제가 됐고 탄소 배출 논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첫 민간 우주관광객 데니스 앤서니 티토 인터뷰 발언 中

"2000만 달러를 내고 고작 며칠 머물다 왔지만 단 1센트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과 그곳에서의 기억은 평생 그 어떤 부동산이나 미술품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최고의 자산입니다."

HOBBY 03 . INVITATION

트럼프ㆍ빌 게이츠를 거절한 골프 클럽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 (출처=Masters 홈페이지 캡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 (출처=Masters 홈페이지 캡처)

사교의 취미에서는 문턱이 훨씬 노골적입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가입 신청이 아니라 기존 회원의 초대로만 입회가 이뤄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돈이 있어도 회원이 되겠다고 줄을 설 수 없습니다.

폴로, 승마, 경주마 소유도 비슷합니다. 말을 사는 것은 시작일 뿐이고, 마방과 조교사, 경주 관계자와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프로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일 역시 자본 못지않게 리그와 기존 구단주들의 승인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합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이 계급을 재생산한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곧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신호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초부유층이 취미에서 사는 것은 활동 자체보다 '같은 방에 앉을 자격'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구조는 행사에서도 반복됩니다.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앨런 앤드 컴퍼니 콘퍼런스는 미디어ㆍ기술 업계 거물들이 초대받아 모이는 자리로 유명합니다. 아트바젤은 일반 개장에 앞서 선별된 컬렉터에게 'VIP 프리뷰'를 열고, 모나코 그랑프리 기간에는 항구에 정박한 요트에서 경주를 관람하는 것이 하나의 풍경이 됐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오가는 것은 물건보다 정보와 신뢰입니다. 취미가 곧 네트워크이고, 네트워크가 다시 취미의 문을 열어 주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이 세계의 문화는 점점 조용해지고 있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유한계급론'에서 말한 '과시적 소비'가 로고를 드러내는 시대의 상징이었다면, 최근에는 로고를 지우는 '스텔스 웰스'가 눈에 띕니다. 취미 역시 SNS에 올리는 활동보다 초대받은 사람만 아는 모임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도 비슷합니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 시세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까지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입회에는 회원 추천과 심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돈은 필요조건일 뿐이고, 그 뒤에 오는 평판과 인맥이 충분조건이 되는 구조입니다. 폴로 역시 플로리다 팜비치나 영국 윈저 같은 사교 중심지와 결합돼 있고, 경기 자체보다 관람석에서 오가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NYT) /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회원 수와 명단을 엄격히 비공개로 유지하며, 가입 신청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존 회원이 사망하거나 탈퇴하여 자리가 비었을 때, 오직 이사회의 초대로만 신규 회원을 받아들입니다.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조차 1990년대 중반 오거스타 회원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쳤으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과시하려 한다"는 이유로 10년간 초대를 받지 못하다가 2002년에야 겨우 회원이 된 일화는 입회 문턱의 지독한 폐쇄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입니다.

HOBBY 04 . COLLECTION

미술과 와인, 지켜야 비로소 완성되는 취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 (출처=ars mundi 홈페이지 캡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 (출처=ars mundi 홈페이지 캡처)

수집은 취미와 자산의 경계가 가장 흐린 영역입니다. 2017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는 약 4억5000만달러에 낙찰돼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 되면 작품은 감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자산 배분의 한 축이 됩니다.

그래서 수집가들은 작품을 지키는 데 큰 비용을 씁니다. 제네바 등지의 프리포트(관세 면제 보관 시설)는 미술품과 와인을 세금과 시선에서 떨어뜨려 보관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마네 콩티 같은 희귀 와인은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전용 셀러에서 몇 년이고 잠들어 있습니다. 즐기기 위해 샀지만, 지키기 위해 마시지 않는 역설이 생깁니다.

한국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2021)이 대표적입니다. 약 2만3000점에 이르는 작품과 문화재가 국가 기관으로 넘어갔습니다. 한 개인의 수집이 공공의 자산이 된 보기 드문 사례이며, 상속세 부담과 문화적 환원이 함께 논의됐다는 점에서 수집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수집의 세계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가짜입니다. 그래서 작품의 '출처 이력(프로버넌스)', 즉 누가 언제 소유했는지의 기록이 가격만큼 중요합니다. 와인 시장은 이 위험을 극적으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2010년대 초 위조 와인을 고가에 팔아 온 루디 쿠르니아완이 2013년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희귀 와인 시장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 수집가들은 병의 이력, 코르크, 라벨 감정을 한층 엄격히 따지게 됐습니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사 나이트프랭크가 '열정 투자 지수'로 시계, 미술, 와인, 클래식카의 가격 추이를 추적하는 것도 이 시장이 하나의 자산군으로 굳어졌다는 방증입니다.

수집에서도 돈만으로는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인기 작가의 신작은 갤러리의 대기 명단을 거쳐 이미 관계를 맺은 컬렉터에게 먼저 배정되는 일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작품이 곧바로 되팔릴 것을 우려해 구매자를 선별하기도 합니다. 컬렉션이 커지면 그 끝은 공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사업가 엘리 브로드는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2015년 로스앤젤레스에 무료 입장이 가능한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를 열었습니다. 개인의 취미가 도시의 문화 시설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보면 수집은 '소유'에서 출발해 결국 '어떻게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향합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이 한국 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은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EPILOGUE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는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누군가는 퇴근길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누군가는 희귀한 미술품을 모으고,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사 온 엽서 한 장에도 행복해다. 취미에 쓰는 돈의 액수는 달라도,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에 쫓기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잊기 쉽습니다. 그럴 때 책 몇 페이지를 읽고, 서툰 솜씨로 그림을 그리고, 동네를 한 바퀴 걷는 시간이 우리를 다시 자신에게 데려다줍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그 시간이 즐거웠다면, 잠시라도 마음이 가벼워졌다면 이미 제 몫을 한 셈입니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내일을 기다릴 작은 이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말에 이어 읽을 소설, 조금씩 늘어 가는 기타 실력, 봄이면 새잎을 내는 화분 하나가 바쁜 일상에 기대할 것을 남겨 줍니다. 그렇게 취미는 하루를 버티게 하고, 때로는 생각보다 오래 우리를 지탱합니다.

슈퍼리치들의 취미를 들여다본 끝에,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도 떠올려 봤으면 합니다. 한동안 미뤄 둔 취미가 있다면 조금씩 다시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 낸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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