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결말 공방 ing…‘표현의 자유’와 ‘역사 왜곡’ [해시태그]

입력 2026-09-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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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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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배후를 지목하지 않고 끝났습니다. 그러나 스크린에 남겨진 빈자리는 곧바로 ‘표현의 자유’와 ‘역사 왜곡’이라는 정반대의 주장으로 채워졌죠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암살자(들)’은 공식 수사에서 빠진 총탄과 권력기관의 수사 방해 가능성을 따라가는데요. 마무리되지 않은 열린 결말과 배후. 이를 두고 당시 사건에 관한 기록과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란 반응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극명하죠. 관객 사이에서 시작된 공방은 온라인 평점과 영화평론가, 출연진들을 거쳐 정치권으로 번지는 중입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실제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제29주년 광복절 경축식 도중 발생했는데요. 재일교포 문세광이 연설 중이던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단상에 있던 육영수 여사와 합창단원 장봉화 양이 숨졌죠.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문세광이 조총련 관계자에게 포섭돼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박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고 결론 내렸는데요. 문세광은 사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12월 20일 형이 집행됐습니다.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이 사건의 외형을 가져오면서 인물과 전개를 상당 부분 바꿨죠. 문세광을 연상시키는 저격범 ‘문태광(박정민 분)’이 등장하고, 현장에 있던 형사 철구(유해진 분)와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분),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이 공식 발표와 맞지 않는 정황을 추적합니다. 세 주인공은 모두 가상 인물이죠.

영화에서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현장에서 울린 총성과 행방이 분명하지 않은 탄환 두 발입니다. 저격범 외에 총을 쏜 사람이 있는지, 수사기관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쫓는 과정에서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방해가 이어지는데요.

영화는 또 다른 저격수가 있었는지,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끝나죠. 다만 일부 인물의 대사와 후반부에 배치된 단서는 박정희 정권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한 명을 뜻하는 ‘암살자’ 뒤에 복수를 의미하는 ‘(들)’을 붙인 제목도 이 같은 해석과 맞물렸습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뉴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뉴스)


역사 왜곡을 주장하는 쪽은 영화가 배후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보는데요. 결론을 대사로 확정하지 않았을 뿐, 영화 전체의 단서와 인물 배치가 박정희 정권이나 중앙정보부의 개입이라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거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영화가 실제 사건의 외형을 가져온 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실제 기록에 근거한 것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는데요. 국가적 비극을 흥행과 오락에 이용해 박 전 대통령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사의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재단은 총성과 탄환을 둘러싼 영화의 문제 제기부터 당시 수사 기록과 배치된다고 반박했죠. 문세광과 경호원이 쏜 총탄의 발사 경위, 문세광이 조총련 관계자 김호룡에게 포섭된 과정이 수사·재판 자료에 남아 있다는 설명했는데요.

허구라는 안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은 9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가상의 장면이 실제 수사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12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어린 관객이 사실과 창작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죠.

국민의힘도 비판에 가세했는데요. 주진우 의원은 27일 사자명예훼손 가능성을 거론했고, 유영하 의원과 장동혁 대표는 28일 각각 정치적 선전물과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죠. 구자근·강명구 의원은 의혹의 근거 공개와 정정을 요구했으며, 송언석 의원 등은 상영 중단까지 촉구했습니다.


▲허진호 감독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진호 감독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작진은 ‘암살자(들)’이 역사적 판결문이 아니라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고 강조하는데요. 형사와 기자를 가상 인물로 설정하고 허구임을 사전에 고지했으며, 영화에서도 배후나 특정 인물을 범인으로 단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죠.

허진호 감독은 여러 가설을 검토했지만, 어느 하나를 사실로 확정할 수 없어 열린 결말을 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진도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진 28일 입장문을 내고 공개 자료와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조사해 사건을 재구성했을 뿐, 기존 역사를 부정하거나 정치적 결론을 제시할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는데요.

공식 발표와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 역시 창작의 영역이라고 말이죠.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문세광이 북한과 조총련의 지령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측은 박정희 정권에 반감을 품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기록의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작품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더라도 상영 중단 요구는 별개라는 논리죠.

민주당에서도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론하며 영화는 영화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최민희 최고위원은 픽션을 상대로 정치권이 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격한 논란은 평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29일 오후 3시 기준 관람 인증을 거친 평점은 8.1점인데 반해 네이버 일반 이용자 평점은 2.1점을 기록했습니다.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저점 등록을 독려하는 글이 공유됐고 출연진들의 SNS에도 비판 댓글이 이어졌는데요. 별점 5점 만점에 3점을 준 이동진 평론가도 논쟁에 휘말렸죠.

논란 속에서도 누적 관객 수는 16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 29일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8일 6만7406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163만3621명을 기록했는데요. 다만 개봉 이후 닷새간 지켰던 박스오피스 1위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내주며 2위로 내려왔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피살 사건이 영상화된 것은 처음이 아닌데요. 육 여사 사건은 1974년 KBS 드라마와 1975년 영화 ‘조총련’, 1995년 MBC ‘제4공화국’에서 다뤄졌죠. 다만 이들 작품은 문세광이 조총련의 지시를 받았다는 당시 정부의 수사 결과를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이번과 비슷한 논쟁은 10·26 사건을 다룬 2005년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서 벌어졌는데요. 박지만 씨는 부친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2005년 1월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영화 전체의 상영을 막지는 않았지만, 실제 자료화면이 극영화까지 사실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며 해당 장면을 삭제하도록 했죠.

이에 제작사는 3분50초 분량을 검은 화면으로 처리해 2005년 2월 3일 영화를 개봉했습니다.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결정이라고 반발했고, MBC ‘100분 토론’에서도 창작의 자유와 고인의 명예 보호를 놓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죠. 법정 다툼은 2008년 영화사가 허구 고지와 사과 자료를 내기로 하면서 조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2020년 영화 ‘남산의 부장들’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미화하고 10·26의 동기를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다만 상영금지 신청이나 장면 삭제로 이어지지는 않았죠.


▲허진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진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쟁은 결국 영화가 ‘말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데요. 명시적인 답이 아닌 해석의 여지죠. 이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극영화의 권리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산시킨 결과로 봐야 할까요? 양측의 시각차가 큰 만큼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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