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투기·불가피한 미경작 구분해야”…농민 “전수조사 강화 필요” 의견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농지가격 하락과 농가의 담보가치 하락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와 고령·상속 등 불가피한 미경작을 구분하고 농지은행의 매입·임대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장 대표는 30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에서 “투기를 잡는다고 하면서 투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는 전국의 모든 농지를 전수조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농지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별해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도 투기 단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땅값이 상승하는 몇몇 곳은 충분히 금방 알아낼 수 있다”며 “그런 지역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실제 농지를 사서 농사를 짓는지 여부만 단속하더라도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수조사 이후 미경작 농지에 처분 의무나 이행강제금 등이 부과되면 농지 매물이 늘어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는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은 이행강제금을 물기 싫으면 팔려고 내놓아야 하니 농지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어느 농지가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인지 데이터를 만들게 되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농지은행이 주겠다고 하는 금액보다 조금만 더 주고 농지를 사들이는 ‘농지 사냥’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지가격 하락이 농가의 금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농민 상당수가 농지를 담보로 농기계 구입 등을 위한 대출을 받고 있다며 농지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담보 요구나 대출 연장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 대표는 “농지가격 하락으로 많은 농가가 추가 담보를 요구받게 되면 대출 연장도 쉽지 않고 결국 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그러면 땅값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농지 투기 방지라는 원칙을 유지하되 고령농과 상속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장은 “농지 투기는 막아야 한다”면서도 “투기꾼을 막겠다고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민까지 투기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지 처분 유예기간과 농지은행에 위탁했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 매각되지 않는 농지, 영농이 어려운 농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의장은 “투기는 철저히 막되 실제 농사짓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농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령농에게는 안정적인 은퇴와 처분의 길을, 임차농에게는 안심하고 농사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투기와 불가피한 미경작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충분한 정상화 기간 부여, 농지은행 매입·임대 기능 확대, 임차농 경작 안정과 고령농 은퇴 지원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농지 전수조사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농지 전수조사를 개인적으로는 더 세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농지를 취득한 뒤 형식적으로만 작물을 심는 사례 등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나무를 심겠다고 해놓고 두세 그루만 심어 농사를 짓는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해서 실제 경작하도록 하든지 처분하도록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지가격 하락과 고령농의 처분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농지은행의 매입 범위를 확대하는 등 농민이 보유 농지를 원활하게 처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