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대신 유리, 복도 대신 산책로…하나금융이 청라로 모인 이유 [르포]

입력 2026-09-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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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10개 관계사 2200명 순차 입주 진행
업무공간 넓히고 ‘원 IT’ 협업 시너지 강화
어린이집·식당 개방 등 지역 상생도 확대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전경. (사진=연희진 기자 toyo@)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전경. (사진=연희진 기자 toyo@)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자 유려한 곡선을 두른 금빛 건물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거대한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외관에는 하나금융그룹의 ‘인피니티 심볼’이 녹아 있다. 하나금융이 새 둥지로 삼은 청라헤드쿼터(HQ)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열린 공간’이었다. 부서를 가르는 벽은 최소화했고 안쪽 벽은 유리로 만들었다. 1층부터 15층까지 건물 외곽을 따라 이어지는 곡선형 개방 보행로는 사무실이라기보다 산책로에 가까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근무층만 오가는 대신 걷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와 관계사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도록 설계했다. ‘소통과 협업’을 건물 자체에 담은 셈이다.

30일 찾은 청라HQ는 아직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이곳에서 그리는 ‘청라 시대’의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흩어져 있던 사람과 조직, IT 인프라를 한데 모아 관계사 간 벽을 낮추고 지역사회와도 공간을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건물 외벽으로 이어지는 보행로. (사진=연희진 기자 toyo@)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건물 외벽으로 이어지는 보행로. (사진=연희진 기자 toyo@)

청라HQ는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다. 업무층별 전용면적은 기존 명동사옥의 약 세 배로 넓어졌다. 직원들이 오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존 역시 세 배가량 늘렸다.

7층에는 ‘스마트워크센터’가 들어섰다. 청라로 이전하지 않는 관계사 직원도 노트북만 들고 오면 거점 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다. 건물 전체에는 5G 무선망을 깔고 노트북과 클라우드 PC(VDI), 소프트폰을 기반으로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업무환경을 구축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14일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직원의 입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청라 이전에 들어갔다. 21일에는 하나에프앤아이가 합류했다. 10월 하나은행·하나캐피탈을 시작으로 11월부터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펀드서비스·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이 차례로 이전한다. 10개 관계사 2200여명이 모두 들어오면 기존 청라 근무 인력을 포함해 약 4000명이 한곳에서 일하게 된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내부 업무공간. (사진=연희진 기자 toyo@)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내부 업무공간. (사진=연희진 기자 toyo@)

청라 시대’를 선언한 만큼 지역과 나누는 공간도 곳곳에 마련했다. 약 800석 규모의 직원식당은 우선 1~2년간 구내식당으로 운영한 뒤 외부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당과 연결된 야외 테라스는 일반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고, 15층 옥상정원 역시 외부에 열려 있다.

HQ 앞 어린이집은 정원 300명 가운데 절반인 150명을 인천 지역 주민과 협력업체 임직원 자녀에게 배정했다. 본사 이전을 임직원만을 위한 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생활 인프라와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옥상정원으로 외부인에게도 개방됐다. (사진=연희진 기자 toyo@)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옥상정원으로 외부인에게도 개방됐다. (사진=연희진 기자 toyo@)

HQ가 ‘사람’을 한곳에 모으는 공간이라면 2017년 먼저 문을 연 통합데이터센터는 그룹의 ‘데이터와 IT’를 결집한 곳이다.

연면적 약 6만6000㎡, 전력 2만kW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방문객을 맞는 웰컴센터와 서버가 들어선 코어센터, IT 인력이 근무하는 비전센터 등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관계사 IT 시스템과 그룹 공용 클라우드는 물론 AI 연구조직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비전센터 내 통합보안관제센터에서는 보안 전문가 35명이 해외 법인을 포함한 22개 관계사의 사이버 위협을 실시간으로 살핀다. 코어센터는 서버실뿐 아니라 전기실과 배터리실 등 핵심 설비도 분리해 관리한다. 전기실을 지상 2층에 배치해 침수 위험을 낮췄고 전력·소방·기계설비는 24시간 통합 관리한다.

하나금융이 IT 조직까지 청라에 집중시킨 핵심 이유 역시 ‘협업’이다. 그룹은 ‘원(One) IT’를 내걸고 관계사별로 흩어져 있던 IT 인력 약 1800명을 청라에 모았다. IT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가 그룹 전산을 일괄 구축·운영하며 관계사 간 개발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구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증권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은행에 적용하고 은행의 좋은 아이디어를 카드와 공유하는 식으로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IT 인력을 한곳에 모으면서 개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비용 절감과 전문성 강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내부. (사진=연희진 기자 toyo@)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HQ) 내부. (사진=연희진 기자 toyo@)

데이터센터에서도 지역과의 연결은 이어진다. 웰컴센터에는 미디어아트 갤러리를 마련했다. 하나금융은 2017년부터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과 전시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청라 퍼즐’은 이제 마지막 조각을 맞추고 있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글로벌캠퍼스에 이어 HQ까지 들어서면서 그룹의 핵심 인력과 IT 인프라가 청라에 집결하게 됐다. 공간적으로 흩어져 있던 관계사를 한데 모아 ‘원팀’으로 묶겠다는 실험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과제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출퇴근이다. 기존 을지로 일대 근무지에서 청라HQ까지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10분이 걸리고, 거주 지역에 따라 통근시간이 2시간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HQ는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 앞에 자리 잡았지만 청라 내 주요 주거지역까지도 대중교통으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하나금융은 수도권 주요 거점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해 직원들의 통근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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