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엔 없던 “70세 이상은 정리”…심야 “보고프당”, 수원시인권센터 판단은 ‘차별·성희롱’

입력 2026-09-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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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5 주요 결정례 10건 공개…통장 재위촉 연령 차별·팀장 심야 카톡 ‘직장내 성희롱’ 판단

▲수원특례시 인권센터가 28일 발간한 ‘2023-2025 수원시 인권센터 결정례집’ 표지다. 결정례집에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갑질, 스토킹, 연령차별 등 공공영역 인권침해 결정 9건과 제도 개선 권고 1건이 담겼다. (수원특례시)
▲수원특례시 인권센터가 28일 발간한 ‘2023-2025 수원시 인권센터 결정례집’ 표지다. 결정례집에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갑질, 스토킹, 연령차별 등 공공영역 인권침해 결정 9건과 제도 개선 권고 1건이 담겼다. (수원특례시)
공고문에는 없던 ‘나이’가 통장 재위촉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했고, 늦은 밤 부하직원에게 반복해서 보낸 사적 메시지는 ‘친한 사이’라는 해명에도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됐다.

수원특례시가 최근 3년간 공공행정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한 연령차별과 성희롱, 갑질, 괴롭힘, 스토킹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단 기준을 공개했다.

수원특례시 인권센터는 28일 ‘2023-2025 수원시 인권센터 결정례집’을 발간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처리한 사건 가운데 인권침해 결정례 9건과 제도개선 권고 1건 등 주요 사례 10건을 담았다.

눈에 띄는 것은 6년간 통장으로 활동한 70대 A씨의 재위촉 탈락 사건이다.

A씨는 통장 재위촉 모집에 단독 지원했지만 선발되지 않았다. 모집 공고문에는 연령 상한이 없었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A씨에게 “나이가 많은데 통장 업무가 가능하겠습니까”, “내부적으로 70세 이상은 정리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센터는 종합점수 미달이 표면적인 미선발 사유라고 하더라도 연령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구별하고 심사에 영향을 줬다면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통장 선발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제도 개선도 권고했다.

실제 수원시가 올해 게시한 통장 공개모집 기준을 살펴봐도 연령 상한은 찾아보기 어렵다. 6월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통장모집 공고는 자격요건을 ‘공고일 현재 해당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25세 이상의 주민’으로 제시했으며 별도의 상한연령은 두지 않았다.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도 인권침해 판단 대상이 됐다.

수원시 소속 팀장 C씨는 늦은 밤 같은 팀 부하직원에게 “이쁘네”, “심쿵했다”, “보고프당”, “○○은 나의 로망이얌” 등 사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어깨를 안마해주겠다는 내용과 함께 개인 사진도 요구했다.

C씨는 친한 사이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인권센터 판단은 달랐다. 인권센터는 해당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피해 직원과의 분리 조치와 중징계 등 인사 조치를 수원시장에게 요구했다.

결정례집에는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장애인 일자리사업 참여자 등에 대한 갑질 △수원시 소속 사회복무요원이 복무기관에서 겪은 괴롭힘 △공무원 간 스토킹 △민원인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 △수원시 공공기관 직장 내 괴롭힘 등 공공영역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이 수록됐다.

단순히 사건 결과만 나열하지 않은 것도 이번 결정례집의 특징이다.

인권센터는 각 사건의 결정 내용과 이유를 비롯해 신청요지,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주장, 인정사실, 판단, 결론까지 공개했다. 한쪽 주장만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측 주장을 놓고 어떤 사실이 인정됐으며 그 사실이 어떤 판단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개별 사건의 구제에서 제도 개선으로 확장한 사례도 담겼다. 인권센터는 2024년 1월 수원시 지방공공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조사와 피해자 보호 체계를 점검해 ‘직장 내 괴롭힘 대응시스템 개선’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례집에는 이 권고도 별도 사례로 실렸다.

공공영역의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수원시인권센터가 2025년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보조기관 등 협업기관 임직원 1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7.7%였다. 2022년 23.0%보다 5.3%포인트 줄었다. 직장 내 성희롱 등 피해 경험도 5.8%에서 4.8%로 1%포인트 감소했다.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직장 내 조직문화’라는 응답이 35.6%로 가장 많았고 ‘일부 개인의 문제’가 29.3%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67.2%는 3년 전보다 인권 보장 수준이 나아졌다고 답했고, 71.5%는 현재 인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원시는 올해 조사 범위도 전체 공직자로 확대했다. 6~7월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직장 내 인권침해 피해 경험과 근무환경, 심리·사회적 위험 요인 등을 조사했다. 시는 조사 결과를 조직문화와 인권 정책, 제도 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시와 소속 기관, 출자·출연기관, 시의 지원을 받는 시설·단체에서 업무 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한다. 인권침해가 확인되면 조사 대상 기관에 시정이나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수원시는 2015년 5월 경기도 최초로 인권센터를 설치했다. 2019년 1월에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인권

전담조직인 ‘인권담당관’을 설치했다. 인권센터 결정례집은 2017년 첫 발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이번 결정례집을 전국 공공기관과 인권 관계 기관에 배부해 인권 연구와 인권침해 예방, 유사 사건의 판단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결정례집은 수원시 홈페이지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수원시 인권센터 관계자는 “실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판단 결과를 담아 유사 사례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판단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권침해 사건을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제도 개선 권고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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