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자본시장의 시선이 들썩인다. 농기계, 농자재, 비료,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전에 없던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다. 그간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땅이 없어 발전소를 못 짓는다”는 탄식을 달고 살았다. 지자체마다 도로와 주택에서 수백 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엄격한 이격거리 규제를 뒀고, 산지 태양광은 잦은 산사태 논란과 경사도 규제 강화로 사실상 진입로가 완전히 봉쇄된 탓이다.
막혔던 활로는 이번 전수조사와 규제 완화로 뚫렸다. 27%에 달하는 저활용 농지가 잠재적 입지로 부상한 데다 지자체 이격거리 상한선도 200m로 대폭 좁혀졌다. 태양광 발전 제조 및 시공사, ESS 기업에는 가뭄 속 단비다. 농자재와 비료, 농기계 업계도 수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패널 하부 면적의 80% 이상에서 경작을 지속해야 하는 까다로운 영농 의무 조건을 둔 덕분이다. 영수증, 판매 실적, 영농일지는 물론 영상 자료까지 지자체에 매년 제출해야 해 ‘무늬만 농사’를 짓는 편법은 발붙이기 어렵다.
그러나 규제 완화 뒤편에는 짙은 그늘이 교차한다. 자칫 국내 산업을 키우기는커녕 국부 유출의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글로벌 태양광 패널 공급망의 80% 이상은 중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만약 국내 시공사와 시행사들이 마진 확보에만 눈이 멀어 핵심 기자재인 패널과 배터리를 저가 중국산으로 채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국내 기업들은 안방을 고스란히 내어주고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뿐이다.
농지 태양광이 국내 상장사의 실질적 수혜와 농촌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려면 개방과 동시에 이를 지탱할 ‘4대 제도적 방어벽’ 구축이 필수적이다.
첫째, 탄소검증제의 전면 고도화다. 원자재 조달부터 제조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추적해 중국산의 등급 우회 꼼수를 차단해야 한다. 그간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ESS 배터리 분야에도 이를 신속히 도입해 국산의 친환경 경쟁력을 지켜내야 한다.
둘째, ‘국산 부품 우대 가점제’의 법제화다.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처럼 장기 전력 구매 입찰 시 일정 비율 이상 국산 기자재를 채택한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저가 수입산에 기댄 왜곡된 시공 관행을 깨고 국내 제조사의 판로를 넓힐 수 있다.
셋째, ‘한국형 안전ㆍ시공 표준 규격’ 제정이다. 대형 농기계가 수시로 드나드는 영농형 태양광의 특수성을 고려해 구조물 자재의 강도와 내식성 기준을 엄격히 높여야 한다. 태풍과 폭설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함은 물론, 조악한 중국산 자재를 걸러내는 기술 장벽으로 작동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A/S) 체계의 의무화다. 이행보증보험 가입을 사업 허가 필수 요건으로 못 박아야 한다. 저가 덤핑 시공 후 법인을 폐업해 버리는 떴다방식 부실 업체를 솎아내고, 전국적 유지보수망을 갖춘 신뢰도 높은 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야 발전 시설이 농촌의 흉물로 방치되는 비극을 막는다.
농지 태양광 규제 완화는 신재생에너지 도약대인 동시에 냉엄한 시험대다. 정교한 제도적 빗장 없는 개방은 농촌 민심만 멍들게 하고, 국내 기업들이 품은 수혜의 기대마저 한낱 신기루로 날려 보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