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답변에만 최장 2년 넘어…설계·장비 도입 등 후속 일정 줄줄이 표류
작년 신청 80.4% 수도권 집중…'공급 불가' 3건 모두 경기 변전소 용량 부족

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한국전력에 전력 공급 가능 여부를 문의한 기업 10곳 중 4곳 가까이가 결과를 통보받는 데만 반년 이상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력 공급이 아닌 '사전 검토' 단계부터 최장 2년 넘게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설계와 자금 조달, 장비 도입 등 대규모 AI 투자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방안 검토 대상 163건 중 결과가 회신된 154건을 분석한 결과 신청부터 답변까지 6개월 이상 걸린 사례가 57건(37.0%)에 달했다.
소요 기간별로는 '6개월 이상~1년 미만'이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1년 이상~2년 미만' 9건, '2년 이상' 소요된 사례도 4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한 7건 역시 모두 6개월 이상 대기 중이며 이 가운데 5건은 1년 이상, 2건은 2년 이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실제 송전선로를 연결하고 전기를 공급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단지 '전기를 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받는 행정 절차에만 수년이 걸리는 셈이다.
전력 공급방안 검토는 한전이 인근 변전소와 송·배전선로 용량 등을 따져 전력의 안정적 공급 가능성을 판단하는 필수 절차다.
이 검토가 확정되지 않으면 사업자는 데이터센터 설계 착수는 물론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장비 발주 일정을 확정할 수 없어 사업 전체에 차질이 생긴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화하며 전력 계통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접수 취소를 제외한 지난해 신청 46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37건으로 80.4%를 차지했다. 이는 2024년(32.0%) 대비 48.4%포인트(p) 급증한 수치다.
신청 계약전력 기준 수도권 비중도 같은 기간 19.8%에서 52.1%로 치솟았다.
실제 검토 결과에서도 수도권의 전력 공급 여건 제약이 확인됐다.
회신이 완료된 154건 중 '공급 가능'은 88건(57.1%), 계통 보강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가능'은 63건(40.9%)이었으며, '공급 불가' 판정을 받은 3건(1.9%)은 모두 경기도 지역이었다. 불가 판정 사유는 인근 변전소의 공급 능력 부족 때문으로 나타났다.
어 의원은 "AI 경쟁은 속도전인데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지 답변받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면 기업이 어떻게 투자 일정을 세우겠느냐"며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이 설계와 자금 조달, 장비 도입까지 연쇄적으로 늦추지 않도록 장기 검토 건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에 신청이 몰리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검토만 서두르라고 해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와 한전은 지역별 전력 공급 여력과 예상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방 투자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인근 주민의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