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출연금 0원 시대, 오히려 자립의 시험대"…박훈기 대표가 바꾼 부산연합기술지주

입력 2026-09-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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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48억 신규 펀드…‘투자→밸류업→회수→재투자’ 선순환 구축

▲부산연합기술지주 박훈기 대표가 기자와의 대담을 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부산연합기술지주 박훈기 대표가 기자와의 대담을 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부산연합기술지주(BUH)가 달라지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공공형 투자조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하고, 기업을 키우고, 회수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는 자립형 투자기관으로 체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박훈기 대표가 있다.

박 대표가 취임한 2023년 8월 이후 BUH는 3개의 신규 펀드를 결성해 148억1000만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결성한 전문펀드는 7개, 규모는 322억원이다. 129개 스타트업에 222억원을 투자했고, 투자기업 48곳의 기업가치는 투자 당시 6936억원에서 현재 1조5795억원으로 커졌다.

후속 투자 유치 규모만 3805억원에 달한다. 투자기업 고용도 111명에서 932명으로 늘어 766% 증가했다.

박 대표가 취임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꼽는 것도 바로 이 같은 ‘투자의 연결’이다.

“초기 창업기업 발굴부터 TIPS 연계, 팔로우온(후속 투자),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BUH만의 선순환 투자 프로세스가 완전히 정착됐습니다.”

단순히 초기 기업에 자금을 집행하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유망 기술을 찾아 투자하고, TIPS 등 정부 지원사업과 연결한 뒤 후속 투자까지 끌어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후 회수한 자금을 다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박 대표가 BUH의 변화에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자립’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BUH에는 분명한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부산시 출연금이 2023년 14억5000만원에서 올해 3억8000만원으로 줄었고, 2027년에는 아예 0원이 된다.

출연금 중단이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질문에 박 대표는 오히려 “지금이 자립 체제를 완성해야 하는 전환기”라고 답했다.

BUH는 투자금 회수와 GP 관리보수를 기반으로 자체 수익원을 확보하고, TIPS와 대학 공동사업, 정부·지자체 창업지원사업 등을 통해 운영비와 인건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가 말하는 자립은 단순히 부산시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투자하고, 성장시키고, 회수하고, 다시 투자하는 자금의 선순환을 조직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부산연합기술지주를 독자 자립형 공공 투자기관으로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겠습니다.”

초기기업에 돈만 넣지 않는다

박 대표가 BUH의 변화가 실제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는 기업은 부경대 교원창업 기업인 티큐어와 전동화 모듈 기업 엘렉트다.

티큐어에는 초기 단계에서 3억원을 투자한 뒤 딥테크 TIPS 15억원을 연계했다. 이후 레이저 치료기기 분야에서 미국 FDA 혁신의료기기(BDD) 지정을 받았다.

엘렉트에는 설립 6개월 만에 1억원의 시드 투자를 단행했고, 올해 8개 전문 투자기관이 참여한 3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에서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사례가 공공 투자기관과 일반적인 창업지원기관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초기 자금 집행에 그치지 않고, TIPS 연계와 팔로우온을 통해 지역 대학의 원천기술이 대형 투자 유치와 글로벌 성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스케일업 결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BUH가 대학 창업과 기술 기반 기업에 집중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약 70%가 대학 창업 및 대학 기술 기반 투자다. 대학에서 나온 기술이 사업화되고, 투자와 후속투자를 거쳐 성장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BUH가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IBM·GS·BNK의 경험, 공공투자에 이식하다

박 대표의 경력도 현재 BUH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IBM에서 글로벌 서비스 업무를 맡았고, GS홈쇼핑 정보전략부문장(CIO)을 거쳐 BNK금융지주 디지털·IT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기업의 시스템을 만들고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던 경험을 공공 투자에 접목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경영 방식에 대해 "시스템 중심의 밸류업 체계"라는 표현을 썼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 현장에서 쌓아온 디지털·경영 노하우를 공공 투자에 이식해 시스템 중심의 밸류업 체계를 완성한 것이 지난 3년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결국 BUH를 단순히 ‘지역 창업기업에 돈을 넣어주는 기관’으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초기 투자부터 TIPS, 후속 투자, 기업가치 상승, 글로벌 진출과 회수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세계로…달라진 BUH의 위상

BUH의 시선은 이제 부산을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광저우 APEC에서 박훈기 대표가 연합기술지주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연합기술지주)
▲광저우 APEC에서 박훈기 대표가 연합기술지주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연합기술지주)

박 대표는 지난 9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6 APEC SME Innovation and Collaboration Workshop’에 한국 측 대표 연사로 참여해 부산의 지산학 연계 기술사업화 모델과 스타트업 발굴·육성·투자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소기업발전촉진센터와 광저우개발구투자그룹 등과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과거 부산의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지역 기업을 외부 자본과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의 BUH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APEC 무대 등에서 입증한 부산의 창업 생태계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역 유망 딥테크 기업들이 세계 무대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밸류업 동력을 유지하며 든든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이어가겠습니다.”

숫자로 보면 BUH의 지난 3년은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

322억원의 펀드를 결성하고 222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기업의 기업가치는 6936억원에서 1조5795억원으로 늘었고, 후속투자는 380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박 대표에게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2027년 ‘0원’.

부산시 출연금이 사라진 뒤에도 BUH가 스스로 투자재원을 만들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회수한 자금을 다시 지역 창업기업에 투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3년이 변화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자립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박 대표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자립 전환기의 중요한 길목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한 부산의 딥테크 투자 생태계가 흔들림 없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지원이 끊겨도 투자가 멈추지 않는 구조를 실제 숫자로 증명하는 것.

그 시험대가 202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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