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익 3197억원 역대 최대⋯비이자수익이 실적 견인
NIM·예대금리차 하락⋯안정적 기업금융 기반 구축 숙제

한국씨티은행이 김경호<사진> 기업금융그룹장 부행장을 차기 행장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유명순 현 행장이 6년 만에 물러나는 가운데 내부 승계와 기업금융 중심 체제의 연속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자수익 감소와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넘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차기 행장의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통해 김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김 후보의 중장기 경영 비전과 전략, 대내외 소통 및 리더십 역량, 경영 역량과 전문성, 금융산업에 대한 통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2001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약 25년간 기업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주요 고객사 담당 심사역과 대기업금융부장, 금융기업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21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았다. 국내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회사,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사업 전반을 총괄해 왔다.
이번 인선은 소비자금융 철수 이후 기업금융과 자금시장, 글로벌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한국씨티은행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국내 기업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관리하면서 씨티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국내 영업에 연결해 온 경험이 차기 행장 후보로 낙점된 배경으로 꼽힌다.
김 후보의 발탁으로 기업금융그룹장이 한국씨티은행의 핵심 승계 경로란 점도 다시 확인됐다. 박진회 전 행장과 유 행장 모두 기업금융그룹장을 지낸 뒤 행장에 올랐다. 김 후보가 최종 선임되면 세 번째 연속 기업금융그룹장 출신 행장이 된다.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으로 출범한 뒤 하영구·박진회·유명순 등 3명의 행장이 이끌었다. 김 후보가 취임하면 출범 이후 네 번째 행장이 된다. 내부 인사를 장기간 육성해 승계하는 구조와 기업금융 중심의 경영 기조도 이어진다.
유 행장 재임 기간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철수란 큰 변화를 거쳤다. 2021년 개인 신용대출과 예·적금, 신용카드 등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희망퇴직과 영업점 감축을 병행했다. 은행의 중심축은 개인금융에서 기업금융·자금시장·글로벌 금융서비스로 옮겨갔다.
전환 이후 실적은 비이자 부문이 이끌었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1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66억원(74.6%) 늘어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순이익도 18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5% 증가했다.
2분기 총수익은 36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 늘었다. 외환·파생상품과 유가증권 관련 거래가 호조를 보이면서 비이자수익은 2571억원으로 59% 증가했다. 줄어든 이자 부문을 자금시장과 기업금융 기반의 비이자수익이 메운 셈이다.
다만 이자 부문의 수익성은 과제로 남았다. 2분기 이자수익은 11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 명목 순이자마진(NIM)은 2.09%로 전년 동기 2.36%보다 0.27%포인트(p) 낮아졌다. 원화예대금리차도 2.70%로 1년 전보다 0.44%p 축소됐다.
소비자금융 축소는 전통적인 예대마진 기반 약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고객대출금은 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8% 감소했고, 예대율은 30%를 기록했다. 기업금융 확대로 대출 자산의 질과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배경이다.
비이자수익 비중이 높아진 만큼 금융시장 여건에 따른 실적 변동 가능성도 커졌다.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거래는 기업 고객에 필요한 환헤지와 자금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시장 금리와 환율, 변동성에 따라 수익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김 후보는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을 함께 맞춰야 한다. 국내 기업 고객 기반을 넓히면서 특정 업종이나 대형 거래에 대한 여신 집중도를 관리하고,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외환·무역금융·현금관리 서비스를 반복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것이 과제다.
소비자금융 철수란 대규모 사업 재편을 마무리한 만큼 기업금융 중심 모델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자수익 감소와 시장수익 변동성에 대응하는 일이 김 후보의 첫 경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 후보는 유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27일 열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행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