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는) 이제 사라져가는 추세, 결국은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기자회견에서 전세를 '우리나라에 특이하게 남아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표현하며 이같이 밝혔다.
석 달여 뒤에 진행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전세가 화두에 올랐다. 한 기자가 '아직도 전세는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사라질 것이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냐"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사라져야 한다'와 '사라질 것이다'는 분명히 다르다. 전자는 정책적 지향이고 후자는 시장에 대한 전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사라지는가'라는 물음이다. 전세가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해 사라지는 것인지, 정책과 금융 환경의 변화가 그 속도를 앞당기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주택 매매 시 '실거주'가 의무화됐다. 이로 인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대출과 보증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전세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만2153건이었던 전세 거래량은 올해 2월 1만918건으로 줄었고 8월에는 7516건까지 내려앉았다. 1년 새 전세 거래가 4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는 월세가 채우고 있다. 문제는 전세와 월세가 세입자에게 같은 무게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임대인의 통장으로 매달 사라진다.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는 상황을 걱정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사라질 것이다'와 '사라져야 한다'는 그 뜻이 다르다. 그러나 세입자의 통장에서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전세의 소멸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빈자리로 인해 불어나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