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생곡소각장 설명회에 주민들 ‘불참’…“시장 와야 시작”

입력 2026-09-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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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강동동 주민센터서 설명회…주민 대부분 행사장 밖에서 항의

▲주민설명회 강당이 주민들의 반발로 텅 비어져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주민설명회 강당이 주민들의 반발로 텅 비어져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10년 가까이 추진돼온 부산 강서구 생곡소각장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시가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 대부분이 설명회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부산시는 사업 필요성과 추진 계획을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설명회 자체를 거부하며 부산시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부산시는 21일 오후 7시 강서구 강동동 주민센터에서 ‘생곡마을 광역 소각시설 확충 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심재민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과 홍순헌 부산시 정책협치특별보좌관 등 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설명회 시작 전부터 주민 대부분은 주민센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건물 앞에 모였다.

▲에코델타시티 주민이 주민설명회에 불참한다며 피켓을 듣ㄹ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에코델타시티 주민이 주민설명회에 불참한다며 피켓을 듣ㄹ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주민 동의 없는 생곡 소각장 주민설명회는 불참한다’는 내용의 피켓도 등장했다.

주민들은 “부산시 쓰레기를 왜 여기로 다 가져오느냐”, “우리가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해야 하느냐”며 부산시의 사업 재추진에 항의했다.

부산시 관계자들은 주민센터 밖으로 나와 주민들에게 설명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주민들은 응하지 않았다.

설명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시작됐다. 실제 참석 주민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주민들은 특히 전재수 부산시장이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에코델타입주민들이 주민설명회 불참을 외치며 건물 외부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에코델타입주민들이 주민설명회 불참을 외치며 건물 외부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한 주민은 “시장이 와야 시작할 수 있다”며 부산시장이 직접 주민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현장에서 전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박상준 강서구청장도 부산시 관계자들에게 시장과 주민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시 “소각장 적기 설치 못 하면 처리비용 급증”

주민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중단했던 타당성 용역을 다시 추진하게 된 경위와 생곡소각장 재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심 실장은 “현재도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각장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소각장을 적기에 설치하지 못하면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증해 시민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체 부지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했다.

심 실장은 “대체 부지를 추진할 경우 최소 1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획대로 생곡 부지에 소각장이 들어서지 못한다면 당초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명지소각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부산시의 설명에 앞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설명회보다 시장과의 대화 먼저”

이번 설명회가 사실상 주민들의 불참 속에 진행되면서 부산시가 추진하는 생곡소각장 사업의 핵심 쟁점인 주민 수용성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주민 입장에서는 이미 사업 재추진 방침이 정해진 상황에서 사업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업의 추진 여부와 대안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각장 예정지에서 약 2.5㎞ 떨어진 에코델타시티 주민들도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에코델타시티발전연합회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재검토와 전재수 시장이 직접 참석하는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구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김도읍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생곡소각장 건립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주민 반대와 대체부지 검토를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했고, 부산시는 기존 행정절차와 매몰비용 등을 근거로 사업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산시는 폐기물 처리시설 부족과 대체부지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이유로 생곡소각장 재추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왜 다시 생곡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과 주민 동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21일 주민설명회는 이 같은 양측의 간극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산시가 준비한 설명회장 안에는 시 관계자들이 앉았지만, 정작 설명을 들어야 할 주민들은 건물 밖에 남았다.

“모든 것 열어놓고 충분히 대화”

다만 부산시가 대화 가능성까지 닫아둔 것은 아니다.

홍순헌 부산시 정책협치특별보좌관은 이날 기자의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도읍 국회의원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는 것도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을 열어놓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곡소각장을 둘러싼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전 시장과 김 의원 간 직접 대화를 포함한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생곡소각장 문제는 단순히 소각시설의 필요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섰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폐기물 처리 공백을 막아야 하는 행정적 필요성이 있고, 주민과 지역 정치권에서는 환경 부담과 주민 수용성, 대체부지 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풀기 어려운 만큼, 이제 관건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특히 취임 100일을 앞둔 전재수 부산시장에게 생곡소각장은 예상치 못한 시정의 핵심 갈등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주민 반발과 지역 정치권의 대립을 어떻게 관리하고 갈등을 실제 협의의 장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전재수 시정의 갈등관리와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량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1일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설명회장 밖에 남았다는 사실은 그 출발점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제 부산시가 내놓을 다음 카드는 또 한 번의 설명회가 아니라, 실제 대화와 협상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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