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비용·소모품 비용 분리 지원 제도 한계
“건강보험 급여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당뇨병 환자들이 ‘패치형 인슐린펌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요청했다. 패치형은 길다란 튜브로 기계를 연결해야 하는 기존 튜브형 인슐린펌프보다 활동하기 편해 환자 만족도가 높지만, 건강보험 비급여라서 널리 쓰이지 않는 실정이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대한당뇨병학회가 주관하는 ‘중증 당뇨병 환자의 건강한 삶과 미래를 위한 혁신 의료기기 접근성 개선 방안’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학회 및 환자단체 관계자들은 패치형 인슐린펌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원 필요성을 논의했다.
인슐린펌프는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주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인슐린을 스스로 분비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췌장장애) 환자들에게는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함께 사용하는 인슐린 자동주입기 시스템이 생존과 직결되는 장치다.
시중 인슐린펌프는 튜브형과 패치형으로 나뉜다. 튜브형은 허리띠나 주머니에 가지고 다녀야 하는 본체와 몸에 부착하는 바늘이 가느다란 튜브로 이어져 있다. 크기가 크고 착용이 복잡해 수면과 운동 중 움직임에 제약이 있으며, 타인에게 노출되기 쉽다. 반면 패치형은 본체와 바늘을 하나로 합쳐 몸에 부착하는 형태로, 크기가 작고 활동에 제약이 없다.

편의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미국에서는 패치형을 선택하는 환자 비율이 2023년 기준 약 57%로 과반을 넘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제적 부담으로 환자들이 패치형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못한다. 튜브형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본인 부담 비용이 월 약 2만9000원에 불과하지만, 패치형은 비급여라서 월 약 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환자 가족은 “패치형 펌프는 한번 부착하면 일주일 사용할 수 있지만, 활동량이 많거나 소아 환자는 펌프가 떨어지거나 피부 발진이 생겨서 떼어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라며 “교체 주기가 빨리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은 40만원보다 더 높다”라고 말했다.
이달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에 따라 당뇨병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확대됐지만, 패치형은 건강보험 급여 등재된 제품이 없어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 제도는 의료기기와 소모품을 구분해 별도로 지원해, 패치형이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튜브형을 사용하면 본체 기기 비용을 5년마다 1회 , 튜브와 바늘 등 소모품 비용은 매월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패치형은 본체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패치 자체가 기기이자 소모품이다.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프랑스에서 청구 자료로 1형 당뇨병 펌프 사용자 6만1251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 튜브형 사용자의 치료 중단 위험은 무튜브(패치형)의 약 1.7배였다”라며 “1형 당뇨병은 지속적이고 면밀한 혈당 모니터링과 인슐린 주입이 필요해 요양비 확대와 급여 적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