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이 불러낸 ‘쿨케이션’
싸고 선선한 가을로 관광객 이동

유럽에서 ‘여름휴가’의 계절이 바뀌고 있다. 7~8월 지중해 해변으로 몰려가던 여행객이 폭염과 인파, 비싼 숙박료를 피해 9~10월로 휴가를 옮겨가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9월을 새로운 성수기로 간주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슈퍼 셉템버(Super Septemb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1일 유로뉴스와 유럽여행위원회(ETC) 등에 따르면 유럽 여행 시장에서 성수기와 비수기 사이에 존재하는, 이른바 ‘숄더 시즌(Shoulder Season)’ 여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ETC 조사 결과를 보면 "9월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유럽인은 2023년 17%에서 2024년 23%, 지난해 24%까지 상승했다.
여행객이 가을 휴가를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스페인 말라가로 가는 항공권은 지난 7월 기준 278유로였다. 그러나 9월에는 이 가격이 148유로까지 무려 46.8% 하락했다. 유럽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대부분 항공권 가격도 2개월 만에 최대 63% 하락했다. 유로뉴스는 “여름휴가를 2~3개월 늦추면 같은 유럽이라도 절반 가격에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펄펄 끓었던 7~8월 날씨도 관광객을 9월로 내몰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남유럽에서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일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폭염을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늘어난 셈이다.
결국 유럽 여행업계에서는 한여름 대신 비교적 선선한 가을에 휴가를 떠나는 ‘쿨케이션(Coolcation)’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유명 관광지는 그대로인데 여행하는 시기가 달라진 셈. 여행사들도 달라진 휴가 달력에 맞춰 상품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여행사 인트레피드 트래블은 "서유럽 숄더 시즌 예약이 전년 대비 61%, 남유럽은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의 봄ㆍ가을 출발 상품은 대폭 확대했다. 반대로 폭염이 심한 7~8월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일부 하이킹 여행상품 운영을 중단했다.
다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값싼 가을 여행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유로뉴스는 “숄더 시즌 관광이 유행하면서 ‘가을에는 싸다’는 공식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며 “가을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이 시즌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름에서 가을로 향하는 여행객의 이동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