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종말까지 85초”⋯세계 석학들이 경고한 AI의 위협

입력 2026-09-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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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PBF 2026·제2회 미원평화상’ 개최
‘운명의 날 시계’ 운영 BAS 올해 수상기관 선정
석학들 AI 통제·북핵 국제사회 대응 필요성 강조

▲알렉산드라 벨 세계원자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BA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알렉산드라 벨 세계원자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BA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인류에게 남은 시간을 상징하는 ‘지구 운명의 날 시계’는 현재 자정 85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 석학들은 핵 위협과 기후변화에 더해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AI에 대한 안전장치와 통제 논의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라 벨 세계원자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BA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은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이미 뒤처져 있다”며 AI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논의를 “당장,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희대에서는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PBF) 2026 및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미원평화상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하는 BAS에 돌아갔다. 미원평화상은 경희학원 설립자인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평화 사상과 실천을 기리기 위해 2024년 제정된 상으로, 2년마다 세계평화와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한다.

BAS가 운영하는 운명의 날 시계는 인류가 자초한 전 지구적 파국까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올해 시계는 파국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85초를 남겨두며 1947년 만들어진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워졌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인류의 파국을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위협 가운데 하나로 AI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AI가 인간을 대신해 전쟁에서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가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브 교수는 제2회 미원평화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사진=경희대)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가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브 교수는 제2회 미원평화상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사진=경희대)

미원평화상 선정위원인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는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며 “AI 시스템이 전쟁에서 사람을 죽일지, 즉 발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상황은 실제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통제되지 않은 AI 에이전트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로브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인터넷에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이제는 안전위원회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벨 회장은 핵무기 등을 대상으로 해온 기존 군비 통제 방식을 AI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I는 핵무기처럼 눈에 보이거나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만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AI 전문가와 외교관이 한자리에 모여 무엇이 잠재적으로 위험한지 논의해야 한다”며 “위험 요소를 하나씩 정의하고 실제로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교육과 학생 평가 방식도 AI 확산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로브 교수는 “교육의 목표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돼야 한다”며 “AI가 답을 대신 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평가 과정에서는 인터넷이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원자과학자회보(BAS) 관계자들이 인공지능(AI)과 핵 위협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원자과학자회보(BAS) 관계자들이 인공지능(AI)과 핵 위협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다시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 회장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그에 걸맞은 긴박감을 갖고 논의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매일같이 감내해야 하는 위협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핵합의(JCPOA)는 북한과의 합의 과정에서 얻은 교훈 덕분에 더 나은 합의가 될 수 있었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외교적 해법이 다시 마련된다면 JCPOA에서 얻은 교훈 덕분에 더 발전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차원에서 이런 논의가 지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동맹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벨 회장은 “NPT도 완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체로 대량 확산의 흐름을 막았고 그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지도자들이 핵확산금지조약을 유지하는 것의 실익을 이해하고 각국이 느끼는 위협이 핵무기의 대량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벨 회장은 인류가 직면한 위협에도 이를 되돌릴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한 이는 우리의 운명을 바꾸고 우리의 정책과 절차를 바꿀 시간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위험을 규율하는 구조를 바꾸고 모두를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만들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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