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폐사에 축산물도 오름세 전환⋯1~2개월 시차 두고 식탁물가 영향
유례없는 늦더위와 가뭄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추석 연휴를 앞둔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농축산물 생산자물가가 폭염 여파로 일제히 치솟으면서 가계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통상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생산자물가의 특성을 감안하면 명절 대목을 맞은 서민들의 체감물가 충격 확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는 125.49로 전월(120.88) 대비 3.8% 급등했다. 이 기간 전체 생산자물가지수 상승폭이 0.2%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6월 이후 석 달 연속 오름세(△6월 0.7% △7월 1.5% △8월 3.8%)를 이어가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가뭄으로 작황이 직격탄을 맞은 농산물(전월 대비 4.9% 상승)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보면 전월 40.86에 불과했던 부추의 생산자물가지수가 114.33으로 무려 179.8% 폭등했고, 시금치도 한 달 전과 비교해 51.9%(205.18→311.59) 뛰었다. 피망(60.7%)과 배추(37.7%) 역시 전월 대비 가파르게 올랐다. 명절 차례상과 음식 장만에 필수적인 주요 채소 가격이 사실상 '금(金)채소'로 둔갑한 셈이다.
축산물 생산자물가(140.5→144.5) 역시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가 잇따르면서 전월 대비 2.8% 상승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 신고 규모는 이달 18일 기준 닭·오리 등 가금류 113만8000마리, 돼지 11만1000마리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지난달 돼지고기 생산자물가가 한 달 전보다 5.4% 뛰었고 닭고기 역시 4.5% 올랐다. 쇠고기 또한 전월 대비 2.7% 상승했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16% 이상 뛴 수준이다.
문제는 생산자물가가 시차를 두고 식탁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통상 도매물가 성격인 생산자물가는 1~2개월 뒤 최종 소비재 가격인 소비자물가(CPI)에 반영된다. 8월 생산자물가의 농축산물 급등분이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유통가 최종 판매가와 외식물가로 본격 전이되는 타이밍과 맞물린다. 최근에는 이 같은 먹거리 공급 충격을 두고 단기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인 '기후플레이션(기후변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통화당국 역시 먹거리발 물가 상방 압력이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단 점을 경계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꺾이지 않을 경우 소비 회복세를 제약하는 것은 물론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확신을 늦추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먹거리가 포함된 생활물가 상승을 경계한 바 있다. 신 총재는 "생활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3.4%)까지 올라 식탁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며 "수요 측 물가 압력과 생활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