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췌장암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전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도전에 나서며 연구개발(R&D) 성과에 이목이 쏠린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췌장암은 초기에 두드러지는 증상이 없어 환자 대부분이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진단받는다. 또한 암세포 주변을 두꺼운 기질(Stroma) 조직이 둘러싸 화학항암제가 종양 내부로 침투하기 어려운 특성도 췌장암 치료의 한계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췌장암 5년 상대생존율은 전이가 없는 경우 47.8%, 원격전이 단계에선 2.4%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이성 췌장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표적치료제로 미국 레볼루션 메디슨의 ‘라손크’(성분명 다라손라십)를 공식 승인하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라손크는 췌장암 환자 대부분에서 변이가 확인되는 ‘RAS’ 단백질을 표적하는 신약이다. 전이성 췌장암 성인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에서 라손크를 복용한 환자의 생존 기간 중간값은 약 13.2개월로,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 6.7개월의 약 2배를 기록했다.
글로벌 흐름 속에서 온코닉테라퓨틱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이뮨온시아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췌장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1~2상을 진행하며 특허 등록과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성사시켰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세대 이중표적 항암 신약 ‘네수파립(Nesuparib)’을 췌장암 환자 대상 임상 2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네수파립은 손상된 암세포의 DNA를 복구하는 효소인 PARP와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 및 증식 신호를 촉진하는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존 PARP 저해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았다.
네수파립은 FDA로부터 췌장암, 위암·위식도접합부암, 소세포폐암 대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췌장암 이외에도 난소암, 자궁내막암, 위암 등 총 4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현재 미국에서 네수파립의 신규 결정형과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 등록 절차를 마무리 중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췌관선암 환자의 약 80%에서 과발현되는 ‘PAUF’ 단백질을 중화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항체신약 ‘PBP1510’(성분명 울레니스타맙)을 개발하고 있다. PBP1510은 FDA,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글로벌 1상을 진행하며 2a상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다.
특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PAUF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혈액 기반 진단 플랫폼 ‘타사(TASA)’를 함께 개발 중이다. 췌장암의 진단과 치료를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회사의 성능 평가 연구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군에서 정상 대조군보다 높은 PAUF 농도가 확인됐으며, 민감도는 72% 이상, 특이도는 82% 이상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지난달 TASA에 대한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향후 국제특허출원(PCT)을 통해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뮨온시아 역시 파이프라인의 적응증 확장을 통해 췌장암 공략에 나섰다. 이뮨온시아는 기존에 담도암, 삼중음성유방암 등의 고형암을 대상으로 다기관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던 대식세포 면역관문억제제 ‘IMC-002’의 임상 환자 코호트에 최근 췌관선암종(PDAC)을 새롭게 추가했다. 췌장암 코호트에서는 IMC-002와 다중 표적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인 ‘렌바티닙’을 병용한다. IMC-002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회피하는 신호 ‘CD47’를 차단하고 대식세포의 항암 작용을 촉진한다.
글로벌 췌장암 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췌장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29억2000만달러(약 4조418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58억4000만달러(약 8조837억원) 규모로 두 배가량 팽창할 것으로 예측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