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송유관 피격에도 공급 지속해

중동전쟁 확산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핵심 송유관 피격에 대응, 오만을 통한 우회 수출에 나서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 덕이다. 다만 주요 석유 인프라가 정상화되지 않은 만큼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한 배경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공급망 우회 전략이 존재한다"며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오만 소하르항 인근에서 원유를 추가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거래에서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1% 넘게 하락해 배럴당 104달러대로 내려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1달러대로 하락했다. 전날에도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2.7%, 3.2% 하락했다.
유가를 끌어내린 것은 사우디의 공급망 우회 전략 효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랍라이트를 비롯해 아랍미디엄과 아랍헤비 등이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오만 북부 항구 도시 ‘소하르’를 통한 우회 수출도 효과를 냈다. 논란의 호르무즈 해협 바깥쪽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선박 간 환적(STS) 등을 활용해 아시아에 원유를 공급 중이라는 점도 배경 가운데 하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험을 부분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비상 공급망을 가동한 셈이다.
사우디가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은 최근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공격 주체로부터 피격됐다. 이 송유관은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한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까지 운송하는 시설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우디가 원유를 홍해 쪽으로 수송할 수 있는 핵심 대체 경로다.
그러나 최근 드론 공격으로 송유관이 손상되면서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AP통신은 정상 복구까지 3~5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사우디는 오만뿐 아니라 페르시아만의 라스타누라와 주아이마 등 기존 수출항의 선적도 늘리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도 유가 하락에 힘을 보탰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64만 배럴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인 약 162만 배럴 감소보다 감소 폭이 작아 공급 부족 우려를 낮췄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중동 정세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유가 상승세를 막아선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사우디의 오만 우회 수출이 중동발 공급 충격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서 송유관과 얀부를 통한 수출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고 일부 유럽과 아시아 고객에 대한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서 송유관의 복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해상 운송까지 다시 위축될 경우 사우디의 우회 공급 능력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주요 외신의 공통된 전망이다.
결국 사우디의 ‘오만 우회로’가 당장의 공급 공포를 누그러뜨리며 국제 유가를 끌어내렸지만 근본적인 공급 위험까지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서 송유관의 복구 속도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여부가 향후 국제 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UBS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사우디가 걸프 지역을 이용해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이 공급 차질 확대에 대한 우려를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닛산증권투자의 기쿠카와 히로유키 전략가도 "사우디의 오만 경유 선적이 공급 부족 우려를 낮췄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다음 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동 긴장 완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유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