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추종 끝"… 한은, 외화자산 4조 '고수익 글로벌 채권' 중심 재편

입력 2026-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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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패시브 줄이고 글로벌 종합채권 전격 도입… '양적 지원'서 '질적 강화' 무게
28개국·3만 종목 포괄하는 고난도 액티브 전략…"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마중물"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국내에 달러가 쌓이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의 달러가 시중은행을 거쳐 한국은행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422억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43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통계 집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종전 최대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142억9000만 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국내에 달러가 쌓이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의 달러가 시중은행을 거쳐 한국은행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422억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43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통계 집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종전 최대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142억9000만 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32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한다. 지수를 기계적으로 따르던 ‘해외주식 패시브(Passive)’ 위탁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초과수익을 꾀하는 고난도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을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운용사 대상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2012년 중국 주식 위탁(1억 달러)으로 첫발을 뗀 지 14년 만에 ‘양적 기반 조성’에서 ‘질적 역량 강화’로 정책의 큰 축을 전환한 것이다.

한은의 국내 운용사에 외화자산을 위탁한 규모는 2012년 1억달러(2개사)에서 2019년 7억4000만 달러(3개사), 2022년 30억4000만 달러(5개사)를 거쳐 올해 7월 말 기준 32억1000만 달러(5개사)까지 늘어났다. 현재 포트폴리오는 선진국 주식 패시브가 19억2000만 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 종합채권 7억달러, 중국 주식 5억9000만달러 순이다.

이번 개편은 민간시장 성숙으로 정책 지원 필요성이 낮아진 해외주식 패시브 자금을 줄이고 해외채권 부문으로 재배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조석방 한은 외자기획부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액이 급증하면서 민간 주도의 자생력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변화하는 여건 속에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위탁운용 개편 방향 (사진제공=한국은행)
▲국내 자산운용사 위탁운용 개편 방향 (사진제공=한국은행)

한은은 우선 국내사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주식에서 회수한 자금을 채권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10억달러(3개사) 내외가 될 전망이다. 김정훈 한은 위탁운용팀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주식은 해외 운용사 비중이 확대되고 채권에서는 국내 운용사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며 "연간 운용계획에서 주식과 채권 비중 목표치가 있고 그 룰에서 비중만 조정하는 만큼 전체 채권 및 주식 규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 부문에서는 투자 스펙트럼을 대폭 넓힌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을 새롭게 도입한다. 글로벌 종합채권의 벤치마크는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지수(Bloomberg Global Aggregate)다. 단일 국가(미국) 약 1만 개 종목을 다루던 기존 미국 종합채권과 달리, 전 세계 약 28개국, 3만 개에 달하는 채권 종목을 포괄한다.

조 부장은 "그동안 채권에서는 미국 종합채권에만 투자해 왔으나, 이제는 다양한 국가 채권으로 구성된 글로벌 종합채권 펀드로 전환하게 됐다"면서 "국가별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적극적인 운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 자금 배분을 넘어 국내 운용사들이 실질적인 액티브 역량을 키워 글로벌 대형 운용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번 개편을 통해 국내 운용사들이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와 매크로 분석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종합채권을 운용하는 해외 대형 기관들과 성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어 국내 운용사들의 취약 부문 파악을 통한 체계적 지원은 물론, 액티브 운용을 통한 안정적인 초과수익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부장은 "당행은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의 안착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질적 성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채권 뿐 아니라 향후 주식 부문에서도 AI 기반 퀀트 전략 등 정책 지원이 긴요한 분야가 있다면 위탁 확대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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