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민간 출자 위축에 매칭 부담…최소 결성금액 확보도 '난항'

하반기 주요 연기금·공제회와 정책금융기관의 블라인드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이 잇따라 막을 올렸지만, 중견·중소 PEF 운용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국민성장펀드에서 고배를 마신 운용사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출자 경쟁이 극심해진 데다, 시중 금융기관 출자가 막히면서 최소 결성금액조차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 국책은행(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은 이달 잇달아 제안서 접수를 진행하며 하반기 출자 레이스를 본격화했다.
문제는 국민성장펀드 유치에 실패한 수많은 하우스가 일제히 하반기 일반 콘테스트로 몰려들면서 경쟁 강도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민성장펀드를 마중물 삼아 일찌감치 펀드 클로징(결성 완료)을 눈앞에 둔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GP)들과 달리, 탈락 하우스들은 남은 하반기 출자사업에서 반드시 서너 곳 이상의 출자자(LP)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공동 추진하는 '글로벌 스케일업 협력펀드'는 선정 하우스 수가 대형 1개사, 중형 2개사 등 총 3개사에 불과하다. 교직원공제회 역시 중형 3개사, 소형 6개사 수준에 그치고, 우정사업본부도 일반 3~4개사, 루키 2~3개사를 선발하는 구조여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GP들의 진짜 고충은 어렵게 콘테스트를 통과해 앵커(핵심) LP를 확보하더라도 펀드 완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시중은행 등 금융권 LP들이 일반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 출자에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매칭 자금 모집 난이도가 높아졌다.
이는 국민성장펀드에 부여된 위험가중자산(RWA) 특례 때문이다. 일반 PEF 출자 시 400%에 달하는 RWA 가중치가 적용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갉아먹는 반면,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출자분에 대해서는 RWA 가중치를 일반 대출 수준인 100%로 대폭 낮춰줬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비율 부담 없이 출자할 수 있는 국민성장펀드로 자금을 몰아줄 수밖에 없고, 결국 탈락 하우스들이 조성하는 일반 펀드는 시중 자금 유치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됐다.
예컨대, 정책금융이나 특정 기관 출자를 앵커로 받더라도 펀드 규약상 최소 결성금액 기준을 맞추려면 최소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민간·공제회 자금을 추가로 매칭해야 한다. 각 출자사업 공고상 최종 결성금액이 최소 기준에 미달할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이 취소될 뿐 아니라 향후 일정 기간 출자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페널티까지 감수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공동 추진하는 '글로벌 스케일업 협력펀드'는 주관기관 출자비율을 약 64%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대형리그의 경우 최소 목표 결성금액이 3000억원인 만큼 1926억원의 출자를 받아도 1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모집해야 한다. 통상 20~30% 출자하는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민간 매칭 창구가 꽁꽁 얼어붙은 탓에 그마저도 부담을 느끼는 하우스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성장펀드로 인해 매각 기업 오너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푸념도 나온다. 대형 정책 자금을 등에 업은 초대형 펀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매각 기업 오너들의 눈높이만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자금이 대거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 탓에 매물 기업들의 희망 기업가치는 치솟은 반면, 정작 알짜 매물은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여곡절 끝에 펀드를 조성하더라도 높은 가격과 엄격해진 투자 규제 속에서 소진 부담에 쫓기다 보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