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그 이후가 문제” 우회로까지 막힌 韓정유, 원유 확보전 [호르무즈發 비용 쇼크]

입력 2026-09-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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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동서 송유관 피격…복구에 3~5주 전망
美원유 웃돈·운임 급등…정유사별 조달 대응력도 차이
중동산 맞춘 공정 전환 부담…“전쟁 끝날 수도, 투자 결정 쉽지 않아”

중동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11월 이후 원유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월까지는 이미 계약·선적한 물량이 있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후다. 중동산을 미국·아프리카산으로 돌리면 원유 가격과 운송비가 뛰고 정유공장 운전 조건도 다시 맞추는 데 비용이 추가로 든다. 이는 곧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9~10월 도입 물량을 평시의 90% 이상 확보했다. 이미 선적돼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있어 당장 공장 가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중동산은 국내 도착까지 통상 20~25일, 미국산은 약 40일이 걸린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10월까지는 이미 확보해 들어오고 있는 물량이 있어 각 정유사가 비슷한 상황”이라며 “중동에서 계획했던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 11월 이후부터는 대체 원유를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은 수송거리가 길어 운임도 중동산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사우디의 우회 수송로까지 흔들리는 점도 부담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사우디 동부 원유를 홍해 얀부항으로 보내던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동산 원유의 우회 수출도 제약될 수 있다.

실제 대체 원유 확보 비용은 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최근 12월 도착분 미국산 WTI 400만배럴을 사들였고 GS칼텍스도 200만배럴을 확보했다. 프리미엄은 배럴당 최대 24달러로 한 달 전 약 13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산 운임은 중동산보다 두 배 수준이다. 보험료까지 오르면 부담은 더 커진다.

정유사별 대응 여력에도 차이가 있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는 이미 미국산 원유를 일정 비중 도입해왔다. GS에너지와 미국 셰브런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GS칼텍스는 2016년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 미국산 원유를 들여왔다. 반면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은 원유 상당 부분을 아람코와 장기계약으로 조달한다. 생산설비도 아람코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다.

미국산을 늘린다고 곧바로 대규모 설비 개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유사들은 여러 유종을 섞어 써온 만큼 원유 성상에 맞춰 온도와 압력, 배합 비율 등 운전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비중동산 비중을 장기간 크게 높이면 설비 효율과 제품 수율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고도화설비 상당수가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 구조 자체를 장기간 바꾸려면 추가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며 “전쟁이 몇 달 뒤 끝날 수도 있는데 큰돈을 들여 설비를 바꿨다가 정상화되면 투자비만 남는다.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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