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X 이슈 5] 美 기후금융·탄소규제 후퇴…EU는 ESG 평가시장 감독 강화

입력 2026-09-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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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압박으로 국제 기후금융과 탄소규제 후퇴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 시행으로 원전 산업의 실증·사업화 기반이 마련됐고 유럽에서는 ESG 평가시장에 대한 감독체계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美 압박에 흔들리는 1750조원 기후금융

미국의 압박으로 세계은행에 이어 주요 다자개발은행(MDB)이 기후금융 목표를 잇달아 재검토하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주개발은행(ID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체 금융에서 일정 비중을 기후사업에 배정하는 목표를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6월 전체 금융의 45%를 기후 공동편익 사업에 투입한다는 목표를 폐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MDB에 녹색금융 축소와 화석연료 금융 제한 완화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중저소득국에 공급된 MDB 기후금융은 1030억달러에 달했다. 국제사회는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연간 최소 3000억달러를 지원하고 전체 기후금융을 1조3000억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주요 MDB의 후퇴가 개도국의 에너지전환과 기후적응 사업의 재원 조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MR 특별법 시행…연구개발 넘어 실증·사업화 제도화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 육성을 위한 별도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부터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을 시행했다. 정부는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과 실증, 핵연료 공급망, 전문인력 양성,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연내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SMR 시스템 개발 촉진위원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연구개발특구 지정과 기업 지원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는 향후 경수형 SMR의 설계·실증과 비경수형 SMR의 사업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중심이었던 국내 SMR 정책이 실제 건설과 사업화를 준비하는 산업정책 단계로 넘어가는 셈이다.

EU ESG 평가 규제 본격 적용…100여개 업체 ESMA에 사전 통지

유럽연합(EU)의 ESG 평가기관 규제가 본격 적용되면서 100여개 업체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인가·인정 절차에 들어갔다. ESMA가 9일 업데이트한 통지 업체 명단에는 MSCI와 서스테이널리틱스, ISS, 에코바디스, S&P글로벌 계열사 등 주요 ESG 평가·데이터 업체가 포함됐다.

EU ESG 평가규정은 7월 2일부터 적용됐다. 기존 평가기관은 EU에서 사업을 계속하려면 ESMA에 영업 지속 의사를 통지한 뒤 정식 인가 또는 인정을 신청해야 한다. EU는 ESG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그린워싱과 이해상충으로 투자 판단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도입했다. 새 규제는 △평가방법론 요건 △데이터·방법론 공개 △E·S·G별 가중치와 추정치 공개 △이해상충 관리 △내부통제·전문인력 요건 등을 부과한다. 이번 명단은 정식 인가를 받은 사업자가 아니라 규정 제51조에 따라 ESMA에 사전 통지한 업체들이다.

트럼프, 발전소 탄소규제도 폐기 수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가스발전소에 적용되는 연방 탄소배출 규제를 폐기할 전망이다. 14일 로이터가 블룸버그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확정한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를 철회할 예정이다. 기존 규제는 장기 가동하는 석탄발전소 등에 탄소포집·저장(CCS)을 활용한 대규모 감축을 요구했다.

EPA는 발전소에 대한 배출저감 기술 적용 의무를 없애는 방향으로 규제를 재검토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와 2009년 ‘위해성 판단’ 철회도 추진했다. 전력부문 규제까지 폐기될 경우 미국의 기후정책 후퇴 범위가 주요 산업부문 전반으로 넓어지게 된다.

지속가능 투자 2.4조달러 사상 최대…농업·제조업엔 10%도 안 갔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가 지난해 2조4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자금은 청정에너지와 건물, 모빌리티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로이터가 베인앤드컴퍼니 보고서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농업과 제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속가능성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녹색투자 규모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철강·화학·농업 등 감축이 어려운 산업으로 자금이 충분히 흘러가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전환 투자와 비교해 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이 전환금융 제도 마련에 나서는 가운데 향후에는 전체 투자 규모보다 자금이 실제 고탄소 산업의 감축 설비와 기술에 얼마나 배분되는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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