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뒷배' 사라져 자금줄 경색
부산EP·신한투자증권·아이텍 거래구조 '고심'
트랙레코드 부족·과거 상장사 인수 철회 등
'평판 리스크' 발목

국내 1위 연성동박적층판(FCCL) 제조사 넥스플렉스 인수전이 중대 기로에 섰다. 넥스플렉스 인수를 주도해 온 부산에쿼티파트너스(부산EP) 컨소시엄에서 태광산업이 최종 불참을 선언하면서, 자금 조달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컨소시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할 경우 인수 시도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11일 공시를 통해 넥스플렉스 인수 추진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넥스플렉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8000억~9000억원에 달한다. MBK는 2023년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약 5300억원에 넥스플렉스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해 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부산EP를 주축으로 신한투자증권, 코스닥 상장사 아이텍, 태광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EP와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공동 운용사(GP)를 맡고, 태광산업과 아이텍이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태광산업이 최종 철회를 선언하면서 기존 펀딩 구조는 어그러졌다. 비록 태광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인수 의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태광산업의 공백은 단순한 출자자 한 곳의 이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태광산업은 향후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을 되사주며 엑시트를 담보해 줄 가장 유력한 원매자이자 컨소시엄의 '든든한 뒷배'였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이 이탈하면서 부산EP와 신한투자증권이 GP를 맡고, 아이텍이 LP를 맡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 이탈 이후 부산EP는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넥스플렉스에 관심을 보였던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컨소시엄을 제안했지만, 업계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EP는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가 없어 신규 프로젝트펀드로 자금을 모아야한다. 하지만,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부산EP의 펀딩 난항 배경으로 대형 트랙레코드 부족과 과거 딜(거래) 철회에 따른 평판 리스크를 꼽는다. 부산EP는 지난해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로부터 '굿서비스'를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거래 규모는 100억원대에 불과했다. 반면 알에프텍, 다보링크 등 과거 추진했던 투자에서 잇따라 투자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LP들 사이에서 부산EP의 대형 딜 완주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수금융을 제공해야 하는 금융기관(대주단)의 분위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증권사 IB 부문 관계자는 "인수금융 승인의 핵심은 에쿼티 출자자의 공신력과 엑시트 가시성인데, 태광산업이 빠진 상태에서는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재 구조로는 심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자금을 모아야 하는 대형 딜에서 시장의 신뢰를 받던 대기업이 빠진 타격은 치명적"이라며 "부산EP의 기존 트랙레코드 한계와 잦은 투자 철회 이력이 LP들의 보수적인 출자 기조와 맞물리면서 펀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