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집 사장님이 목수신가봐요" …영도 봉산마을 공적자금 카페 1층은 라보드 공방 ②

입력 2026-09-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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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 전경 사진
▲와인드 전경 사진

'사장님이 목수신가 봐요.' '보트 만드시는 분이 대형 카페도 하시는 듯.'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카페 '와인드(WYND)'를 검색하면 이런 후기가 이어진다. 목조 보트가 놓인 공간, 목재로 마감한 실내, 목공 도구. 방문객들은 이 카페를 목수나 보트 제작자가 운영하는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영도구 소유 시설이고, 운영 주체는 봉산마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다. 땅과 건물, 내부 마감까지 공적자금으로 지었다.

본지가 이 건물 1층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우든보트 제작업체 라보드의 공방이 들어서 있었다. 라보드는 이경진 조합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별도의 민간기업이다.

1층에 들어선 목공 작업장

▲와인드 1층의 라보드 공방 (서영인기자 @hihiro)
▲와인드 1층의 라보드 공방 (서영인기자 @hihiro)

본지가 확인한 1층 공간에는 벽에 고정된 선반이 여러 단 설치돼 있고, 그 위에 전동공구 케이스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작업대와 절단기, 산업용 집진기가 있었고, 구조 기둥에는 목재판이 기대 세워져 있었다. 합판과 사다리, 손수레가 함께 놓여 있었으며 바닥에는 톱밥이 남아 있었다.

공구를 상시 수납하는 선반이 벽에 고정돼 있고, 집진 설비와 절단기가 함께 배치돼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자재보관이 아니라 상시 사용되는 작업 공간으로 보인다.

목공 작업은 분진과 목재 적재를 동반한다. 다수가 드나드는 카페와 같은 건물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라면 화재 하중과 분진 관리 기준이 달라진다.

본지는 영도구와 소방 당국에 이 공간의 안전 점검 실시 여부를 질의했다.

'인테리어 목적으로 놓았다'

본지는 앞서 이 건물 1층에 카페 건물에 라보드가 제작한 목재보트가 놓여 있는 것에 대해 스텝들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직원의 답변은 이랬다.

"인테리어 목적으로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응이 나쁘지도 않고 이쁘니까"

▲라보드의 목조보트가 전시되어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라보드의 목조보트가 전시되어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그러면서 판매나 주문 접수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전시물과 작업장은 다르다. 전시는 공간을 장식하는 것이고, 작업장은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다. '인테리어'라는 설명은 전시 보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어도, 공구 선반과 절단기와 집진기가 왜 공공시설 1층에 있는지에 대한 답은 되지 않는다.

조합이 허가받은 공간을 다른 법인이 쓰고 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은 행정재산의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그 재산을 다시 제3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허가받은 용도 외의 사용도 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

와인드 건물의 사용·수익허가 또는 관리위탁의 명의자는 봉산마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다. 라보드는 법인격이 다른 별개의 민간기업이다.

조합이 허가받은 공간의 일부를 라보드가 작업장으로 쓰고 있다면, 그 사용에 대한 영도구의 승인이 있었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아울러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인 공간을 목공 작업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건축법상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쟁점이 된다.

▲본지가 영도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봉산마을 관리운영 위수탁 계약서 (사진제공=영도구청)
▲본지가 영도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봉산마을 관리운영 위수탁 계약서 (사진제공=영도구청)

본지가 영도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관리운영 위수탁 계약서 9조 3항에도 수탁자는 수탁재산을 목적 외 사용 및 재산의 전대 또는 3자에게 권리의 설정ㆍ매각ㆍ교환 및 기타권리의 처분등을 할수 없다고 명기되어 있다.

조합장이 라보드의 대표이사

조합의 임원이 자신이 대표인 회사에 조합의 자산을 대가 없이 쓰게 했다면, 협동조합기본법 제39조가 정한 임원의 성실의무와 손해배상 책임이 검토 대상이 된다. 이사회 승인이 있었는지, 그 의결에 이 이사장 본인이 참여했는지도 함께 확인돼야 한다.

이 이사장은 본지 취재에서 와인드와 게스트하우스가 "돈이 되지 않는다"며 적자를 자비로 메워 왔다고 밝혔다.

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두 시설의 2026년 1~8월 수지는 1,588만 원 적자다.

그런데 그 적자가 발생한 건물의 1층 일부를 본인의 회사가 작업장으로 쓰고 있다. 60억 이상의 세금이 든 건물의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이 이사장은 자비로 부담한 금액을 "매달 일일이 비용으로 정산하거나 조합에 청구하면서 운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넣은 돈의 액수도, 아낀 임대료의 액수도 조합 장부에 남아 있지 않다. 양쪽 모두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카페 어디에도 이곳이 영도구 시설이라는 표시나 도시재생사업 결과물이라는 안내, 수익이 마을로 환원되는 구조에 관한 설명은 없다. 네이버 플레이스와 카카오맵, 카페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표지는 왜 없나… 행정은 성과로 홍보했다

공적자금으로 조성된 공공시설에는 통상 협약이나 허가 조건에 시설의 성격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할 의무가 붙는다. 주민이 자기 시설임을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도구와 부산시는 봉산마을을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여러 차례 소개해 왔다. 조합은 2023년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받았고, 2026년 5월에는 행정안전부 우수 마을기업에 부산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행정은 성과로 홍보했고, 현장에서는 사기업의 가게로 인식되고 있다.

구청은 알고 있었나

본지는 영도구에 1층에 민간기업의 작업장이 들어선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질의했다. 영도구 도새재생과는 "라보드가 원래 봉산 마을 도시재생 팀이다 보니 그냥 도시 재생팀이 와인드에 1층에 작업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거라 생각하고 허락했다"고 답했다.

라보드는 법인이니 라보드와 라보드의 대표가 마을협동조합이사장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워낙 초반에 어려운 점이 많다보니 그렇게 까지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영도구는 이 시설의 소유자이자 도시재생사업의 시행 주체다. 행정재산의 관리 책임이 구청에 있고, 목적 외 사용과 제3자 사용에 대한 점검 권한도 구청에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111조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감독과 보고 요구, 검사, 시정명령 권한을 부여한다. 시정명령을 두 차례 이상 이행하지 않으면 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제112조).

취재 중에 확인된 라보드가 국내에서 드문 목조 선박 제작업체이고, 영도의 근대 조선 역사를 잇는 작업을 해 왔다는 점은 별개로 평가받을 부분이다. 지역의 기술과 이야기를 공간에 담으려 한 시도였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허나 60억 이상이 들어간 공공건물을 끼고 거점화 하는 것은 엄청난 benefit 이다.

공공시설의 이름은 누가 갖는가?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은 시설은 마을의 자산이다. 빈집을 사들인 돈도, 온실을 세운 돈도, 카페를 지은 돈도 세금이었다. 조합에 운영을 맡긴 것은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꾸려 가도록 하기 위한 설계였다.

그 건물의 1층에는 이사장 회사의 작업장이 들어섰고, 실내에는 그 회사가 만든 보트가 놓였다. 영도구 시설이라는 표시는 없다. 그 결과 방문객들은 이 카페를 '목수가 하는 가게'로 기억한다.

건물의 등기부상 소유자는 영도구다. 그러나 이 공간의 이름과 실질 소유권은 다른 곳에 가 있는것이 2026년 9월 영도 봉산마을 도시재생사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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