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KB’ 넘겨받는 이재근… 세대교체보다 무거운 ‘성장 증명’

입력 2026-09-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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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재무·전략·영업 경험⋯4대 금융그룹 최연소 회장 예고
양종희 최대 실적 뒤 세대교체⋯비은행 포트폴리오 설계 참여
생산적금융 110조원·WM·글로벌 성과가 새 리더십 시험대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가 이재근(60) KB금융 부문장으로 결정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KB가 무엇으로 더 성장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순이익 6조원 달성이 거론되는 KB금융을 넘겨받는 만큼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금융·자본시장·글로벌을 실질적인 성장축으로 키우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새 리더십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13일 KB금융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30년 넘게 그룹에서 성장한 ‘정통 KB맨’이다. 지주 재무총괄 상무를 거쳐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장과 영업그룹장을 지내며 재무·전략·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2022년에는 당시 시중은행장 가운데 최연소인 만 55세에 국민은행장에 올랐고, 현재 지주에서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 당시 실무를 맡아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뒷받침했다. 이들 회사는 각각 KB손해보험과 KB증권, KB캐피탈로 편입돼 현재 그룹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위기 대응과 영업 현장 경험도 갖췄다. 2019년 국민은행 노조 파업 당시 경영기획그룹장으로 비상 대응을 맡았고, 2020년에는 영업그룹장으로 코로나19 국면의 영업 조직을 이끌었다. 재무·전략에 조직 관리와 현장 경험까지 더한 이력이 최연소 은행장 발탁에 이어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가 회장에 오르면 4대 금융그룹 회장 가운데 최연소가 된다. 조화준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KB금융의 미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끌어낼 역량을 갖춘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선의 핵심은 단순한 세대교체보다 ‘성장 전략의 전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과 리딩금융 지위, 주주환원 확대를 이끈 현직 회장 대신 새 수장을 선택한 것은 기존 성과를 관리하는 리더십을 넘어 다음 성장 국면을 설계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시선도 인선 환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의 폐쇄적인 ‘이너서클’ 구조를 비판하고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대신 내부 세대교체를 선택해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최근 국세청의 KB국민은행 세무조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새 회장 체제 출범이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고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환경과 대외 리스크, 미래사업 전환 필요성 등이 인선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 회장 체제를 둘러싼 여러 시선을 불식시킬 방법은 결국 실적이다. 비은행 시너지와 WM·글로벌·기업금융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느냐가 리더십의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첫 번째 시험대는 생산적금융이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금융 93조원과 포용금융 17조원 등 총 110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가계·부동산 중심의 자금 공급 구조를 기업과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선언한 공급 규모를 실제 우량 기업 발굴과 수익 창출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관건이다.

비은행 부문의 성장세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3조8846억원의 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고,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이익 기여도는 44%까지 높아졌다. 그룹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7%에서 올해 상반기 56%로 낮아졌다. 증권·보험·자산운용·카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은행 의존도를 더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 후보자가 최근까지 맡아온 WM과 SME는 차기 성장 전략의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예금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고객 자금을 붙잡기 위해 WM·퇴직연금·자산운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증권·운용·보험을 잇는 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AI 전환을 고객 확대와 비용 효율화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글로벌 사업은 이 후보자가 직접 성적표를 받아야 할 분야다. 지주 부문장으로 해외 사업을 총괄해온 만큼 앞으로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현지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국내 리딩금융을 넘어 해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새 회장 체제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역대 최대 실적과 리딩금융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물려받지만 그만큼 시장의 기대치도 높다”며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글로벌 사업을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키우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차기 회장 체제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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