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어패럴 5년 새 매출 7.9배…익숙한 로고·스토리도 사업 자산
‘올드 브랜드’ 부활 넘어 오래된 이름 자체가 새 성장동력으로

한때 낡은 것으로 여겨졌던 오래된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는 것을 넘어 패션기업들이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과 로고, 이야기를 새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사진과 방송, 스포츠 등 패션과 무관했던 유명 지식재산권(IP)까지 의류 브랜드로 재해석하면서 수십 년간 축적된 ‘헤리티지’ 자체가 돈이 되는 모습이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사진과 여행, 방송, 스포츠 등 비패션 분야의 유명 지식재산권(IP)을 의류와 신발, 잡화 등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히 로고를 상품에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와 세계관을 하나의 패션 브랜드로 다시 만드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닥어패럴이다. 하이라이트브랜즈는 필름·이미징 기업 코닥이 오랜 기간 쌓아온 사진과 색채, 여행 이미지를 패션으로 재해석해 2020년 국내에서 코닥어패럴을 선보였다. 노란색과 빨간색이 들어간 익숙한 코닥 로고를 의류와 신발, 모자 등에 활용하며 상품군을 넓혔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코닥어패럴 매출은 출시 첫해인 2020년 132억원에서 지난해 1044억원으로 5년 만에 7.9배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51.2%에 달했다. 국내 매장은 122개까지 늘었고 해외에도 25개 매장을 확보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도 대표적인 비패션 IP의 패션화 사례다. 잡지와 다큐멘터리로 익숙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탐험과 자연, 여행 이미지를 의류와 신발, 가방 등에 접목했다.
F&F가 키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도 같은 흐름에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탐험과 자연 이미지를 아웃도어 패션으로 옮겨 2012년 국내에 선보인 뒤 생활형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했다. F&F는 지난달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글로벌 상표권과 관련 IP까지 인수했다. 국내에서 라이선스 브랜드로 키운 뒤 브랜드 자체의 글로벌 권리까지 확보한 것이다.
MLB는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일찍부터 보여준 사례다. F&F는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국내에서 MLB를 패션 브랜드로 선보였다. 뉴욕 양키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각 구단의 로고를 볼캡뿐 아니라 의류와 운동화, 가방 등으로 확장하면서 스포츠 리그의 상징을 하나의 생활양식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들 브랜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각자가 오랜 기간 쌓아온 이미지와 이야기를 패션으로 확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과 상징을 갖고 있어 신생 브랜드보다 인지도를 확보하기 수월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장수 패션 브랜드의 부활과도 맞닿아 있다. 아식스와 마리떼가 오래된 디자인과 로고를 다시 경쟁력으로 바꿨다면 패션기업들은 패션 밖에서 쌓인 헤리티지까지 새로운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새 브랜드는 인지도와 정체성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지만 기존 IP는 이미 소비자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단순히 유명한 로고를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이미지를 현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확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