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부산의 공항’ 넘어 영남 관광 허브로… “부산서 자고 경주·울산·남해안으로”

입력 2026-09-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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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 확정… 내년 935억 투입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 사업. 문화체육관광부 제공'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 사업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 사업. 문화체육관광부 제공'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 사업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부산과 경주·울산·거제·통영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는 정부의 광역 관광전략이 본격화한다.

핵심은 단순한 ‘관광지 묶기’가 아니다. 부산을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허브로 만들고, 주변 도시를 각각의 특색을 가진 스포크로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이다.

관광업계가 주목해온 광역 관광 전략이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되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을 확정했다. 김해공항 관광권은 부산~경주~울산~거제·통영으로 구성됐다.

대구공항 관광권도 대구~경주~안동으로 묶였다. 문체부는 김해공항과 대구공항 관광권의 물리적 인접성과 실제 방한객 이동 동선을 고려해 경주를 두 권역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기로 했다.

5개 관광권에는 내년 국비 659억원과 지방비 276억원 등 모두 935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관광객을 어디로 보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객이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정책의 중심에 놓았기 때문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최근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을 제시했다.

허브도시는 국제공항·항만 등 핵심 인프라를 기반으로 관광객이 유입되는 관문이자 주변 지역으로 관광수요를 확산시키는 거점이다. 스포크 도시는 허브와 연결돼 관광수요를 받아들이면서 역사·문화·자연 등 독자적인 콘텐츠로 관광객의 경험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야놀자리서치가 꼽은 대표적인 조합이 바로 부산과 경주다.

부산을 해양·도시 콘텐츠를 가진 허브로, 경주를 역사·전통 콘텐츠를 가진 스포크로 설정하면 일본의 오사카와 교토에 비견할 수 있는 관광권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번에 확정한 김해공항 관광권은 이 같은 관광 전략과 정확히 맞물린다.

부산은 K-컬처와 해양·레저, 쇼핑과 MICE를 담당하고 경주는 신라 역사문화 관광을 맡는다. 울산은 산업·MICE 관광, 거제와 통영은 남해안 자연경관과 웰니스·문화예술 관광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다.

부산이 모든 관광 콘텐츠를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도시의 강점을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역 관광정책은 각 도시가 관광객을 자기 지역에 붙잡아두는 데 집중했다. 부산은 부산대로, 경주는 경주대로, 울산은 울산대로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행정구역이 중요하지 않다.

‘부산에 왔으니 경주도 가보고, 경주에 왔으니 부산에서 쇼핑하고 바다를 보겠다’는 여행 동선이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야놀자리서치 역시 관광권을 단순히 지리적으로 묶는 것이 아니라 실제 관광객의 이동과 콘텐츠의 상호보완성을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야놀자리서치는 10년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약 19만9000건을 분석해 실제 관광 수요와 이동을 토대로 인바운드 관광권을 구성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결국 김해공항 관광권의 성패도 여기에 달렸다.

김해공항으로 외국인을 데려오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부산에서 하루를 보내고 경주로 이동하고, 울산에서 산업관광을 경험한 뒤 거제·통영에서 남해안을 즐기는 식으로 관광객의 체류 일수를 늘리고 소비 공간을 넓혀야 한다.

반대로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부산으로 내려와 숙박과 쇼핑, MICE와 해양관광을 소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시대에서 관광객의 ‘동선’을 설계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공항 국제선 확대와 공항·크루즈 기항지 연계 관광상품 개발에 나선다. 관광권 내부 도시 간 대중교통 연결망도 개선하고 교통 결제와 관광지 할인 등을 결합한 ‘한국관광 통합패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부산으로서는 상당한 기회다.

김해공항이라는 관문에 더해 부산항이라는 해상 관문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가진 부산이 관광 허브의 역할을 맡고, 경주·울산·거제·통영이 각자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영남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허브 앤 스포크는 도시 이름을 지도 위에서 선으로 연결한다고 만들어지는 전략이 아니다.

항공편과 철도·도로, 관광패스, 숙박, 여행상품, 외국어 안내, 예약 시스템까지 실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관광 인프라의 연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산이 ‘허브’라는 이름만 가져가고 관광객을 주변 도시로 보내지 않거나, 반대로 주변 도시가 부산과 별개의 관광상품만 만든다면 또 하나의 지자체 공동사업에 그칠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김해공항 중심 관광권 선정은 부산이 동남해안권 관문도시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임. 부산시는 광역 연계의 중심축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예정임. 부산의 성장세를 연계지역으로 확장해 수도권 중심 방한 관광시장에 대응하는 지방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 밝혔다.

김해공항이 단순히 부산으로 들어오는 문이라면 이번 사업은 그 문을 영남권 전체로 연결하는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부산이 관광 허브가 되고 경주·울산·거제·통영이 각각의 매력을 가진 스포크가 되는 것.

정부가 그린 ‘5대 관광권’의 성패는 결국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데려오느냐가 아니라, 그 관광객이 부산에서 어디까지 움직이게 만드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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