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접수된 촬영신청 531건 전부 허가
“심사에 영향 못줘…관리체계 근본적 재검토해야”
유산청 “사전적·사후적 감독 강화하도록 개정중”

국가지정문화유산에서 방송을 촬영하겠다고 신청한 사례가 최근 3년간 모두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병산서원 훼손 사건을 계기로 촬영 허가 지침이 마련됐지만, 이후에도 허가율이 100%를 기록한 데다 현장 관리와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미흡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국가지정문화유산이 있는 8개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방송 촬영 신청 531건이 모두 허가됐다. 지난해 시행된 ‘국가 지정 문화유산 촬영 허가 표준 가이드라인’ 도입 전후로 3년 연속 허가율은 100%를 기록했다. 2024년에 접수된 촬영신청·허가 건수 역시 각각 248건으로 같았다.
KBS 드라마 촬영팀 관계자들은 2024년 12월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과정에서 소품용 모형 초롱 6개를 매달기 위해 병산서원 만대루 보머리 여섯 군데와 기숙사 동재 기둥에 못질을 했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이며 만대루는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안동시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제작진 3명을 고발했고 검찰은 이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3월 방송촬영 시 문화재 훼손 방지를 위해 국가지정문화유산 촬영허가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자체에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은 지자체창이 허가신청서와 함께 상세 촬영행위 계획서와 서약서를 제출받도록 했다. 드라마와 같은 상업적 촬영 등의 경우 문화유산 훼손 방지를 위해 관리·감독 전담 안전 요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 등도 명시했다.
다만 지자체별로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와 문화재 훼손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는 조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산청은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모니터링 방법으로 ‘가이드라인 안내 및 개선 의견 조회’ 공문 발송,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신설 등을 두고 있다. 촬영이 끝난 뒤 제출하는 ‘현장 확인서’는 의무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의원은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후에도 촬영 허가가 사실상 전건 통과되고 있다는 것은 가이드라인이 실제 심사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촬영 종료 후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지자체별 이행 실태에 대한 실질적 점검 체계를 갖추는 등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가이드라인의 사전·사후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산청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이 사전적·사후적으로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있다”며 “방송촬영을 통해 홍보활동을 하는 등 지자체에 자율권이 있는 점도 고려해 개정할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