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강훈의 시간은 단숨에 찾아오지 않았다. 한 계단씩 올라온 끝에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을 맡아 작품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화려한 성공과는 조금 달랐다.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이 설레는 배우로 남는 것, 그것이 강훈의 목표였다.
강훈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tvN 월화드라마 ‘최애의 사원’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을 마친 소회와 배우로서의 꿈을 밝혔다. 8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최애의 사원’은 강훈에게 첫 로맨틱 코미디이자 첫 주연작으로 남았다.
강훈은 "즐겁게 촬영했다. 로코도 처음이고 주연도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게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좋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최애의 사원'과의 만남은 강훈이 먼저 품고 있던 로코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됐다. 다른 드라마를 촬영하던 중 대본을 받은 그는 이전부터 소속사에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여러 대본 가운데 '최애의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강훈은 "몇몇 대본을 봤는데 그중 가장 재미있었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로코라는 장르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드라마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웠고 강하기라는 캐릭터도 매력 있게 그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사랑을 깨닫는 방식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뻔한 느낌이 아니었다. 남다름을 만나고 이미 사랑에 빠졌는데 강하기 자신은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내가 좋아했구나'라고 깨닫는다. 그게 다른 로코와는 다르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강하기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촘촘했다.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이유부터 남다름이 다가왔을 때 밀어내는 이유, 사랑 앞에서 유독 서툰 이유까지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강훈은 "강하기는 남다름을 사랑하기까지 과거 서사가 있는 사람이다. 급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 마음을 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사랑이라는 걸 인지한 이후 변주되는 과정과 타이밍을 계산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강하기의 과거가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제 서사가 가장 늦게 나온다. 그 전에 제가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처음 도전하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강훈은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들을 위해 여러 작품을 찾아봤지만 그대로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상대역 남다름을 진짜 사랑하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주인공들이 사랑하고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많이 찾아봤다. 그렇지만 똑같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김혜준 배우가 연기하는 남다름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혜준 배우가 찍은 작품도 많이 찾아보고 그 인물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사랑에 빠지면 눈빛에서 보인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 노력은 강훈 자신에게도 낯선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는 "작품을 보면서 '나는 남다름을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 저한테서는 볼 수 없는 눈빛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훈의 실제 ‘덕질’ 경험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됐다. 소녀시대 태연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그는 학창 시절 팬 콘서트에 가고, 태연이 출연하는 고등학교 축제까지 찾아다녔다. 강훈의 표현을 빌리면 “지방에 사는 소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배우가 된 계기 역시 극 중 남다름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강훈은 “처음에는 태연 선배님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며 “결국 예능을 통해 태연 선배님을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이 다름이의 모습과 맞닿아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로맨스뿐만 아니라 코미디에도 욕심을 냈다. 예능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허술한 이미지가 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답은 결국 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강훈은 "고민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예능을 하면서도 연기로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전작들도 예능을 하면서 찍었던 작품이고 캐릭터로서 좋아해 주셨던 부분이 있었다. 사실 엄청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예능은 계속하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무한도전', '1박 2일', '런닝맨'을 보며 자란 강훈에게 예능 출연은 오랜 꿈 중 하나였다.
그는 "지금도 TV를 켜놓고 예능을 틀어놓은 체 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그 꿈을 이루고 나니 재미있었다. 불러만 주시면 작품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애의 사원'에서도 강훈의 코미디 감각은 곳곳에 녹아들었다. 그는 "로코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을 가져가야 할 부분에서는 확실히 가져가되 사랑스러운 부분은 코미디적으로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했다. ‘강하기라면 이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해봤는데 그런 부분들이 장면에 많이 실렸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작품의 중심에 서면서 이전과는 다른 재미도 느꼈다. 그는 "항상 목마름이 있었다. 이전에는 맞춰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제 흐름대로 이끌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래서 주인공을 하면 행복하구나"였다. 강훈은 "전작에서는 이뤄지는 사랑이라고 해도 많이 보여주는 게 아니었고 감정이 빠르게 바뀌어야 하는 역할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천천히 사랑하게 되고 제가 계획을 짜서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자신의 첫 로코 주연 연기에 매긴 점수는 70점에 불과했다. 그는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은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면서도 "100% 표현하려고 했는데 70점 정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빠진 30점의 이유는 '여유'였다. 강훈은 "대본을 닳도록 봤지만, 더 닳도록 볼 걸 싶었다.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조금 다른 표현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있더라"고 했다.
그럼에도 첫 주연으로서 연기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로맨틱 코미디는 현장의 분위기까지 화면에 묻어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훈은 "촬영장에 갔는데 분위기가 처져 있다고 생각하면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신경 썼다"며 "혜준 배우도 제가 연기에 집중해야 할 때 도와줬다. 너무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촬영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마지막 회를 꼽았다. 강훈은 "우리 드라마가 다름이의 서사로 시작해서 끝난다. 시청자로서 봤을 때 다름이의 모든 것이 종착점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눈물이 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쩍 "울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훈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도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첫인상이 좋다',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다가가기에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며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어느덧 데뷔 후 12년 넘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강훈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괜찮게 사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자신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도 오랫동안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는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잘 버텨왔다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게 제가 계속하고 싶다고 해서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 않나"라며 "주인공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꿈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까 이게 꿈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해준 지난 12년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10년의 꿈은 무엇일까. 그의 대답에는 성공이나 기록 대신 연기를 향한 설렘이 자리했다. 강훈은 “앞으로 10년도 계속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이 직업을 계속 사랑하고 싶다”며 “지금은 촬영장에 가는 길이 설레는데,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의 젊은 얼굴과 모습도 가능한 한 많은 작품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 강훈은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 가장 젊고 예쁠 때이지 않나”라며 “로맨스처럼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작품을 더 많이 찍고 싶다”고 밝혔다.
첫 로코 주연을 끝냈다고 해서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열심히'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위치에 왔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강훈은 "이제는 제가 '열심히 한다'고 말하면 안 되고 잘해야 이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보여드릴 작품에서도 '최애의 사원'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다른 인물로 보이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애의 사원'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런 강훈에게 또 하나의 힘이 됐다. 그는 "이렇게 큰 반응을 받은 게 되게 오랜만이다. SNS로 편지나 쪽지도 많이 보내주시는데 읽을 때마다 작품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뜨거운 여름이었는데 시청자분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좋다"며 "앞으로의 저도 기대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한편, '최애의 사원'은 8일 방송된 1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