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D-1…키움증권, 사외이사 임기 늘린 ‘꼼수 방어막’ 논란 [질주하는 키움, 커지는 리스크 ①]

입력 2026-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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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넓히는 개정 상법 시행을 하루 앞둔 가운데 키움증권이 사외이사의 임기와 최대 재임 기간을 연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은 삭제했지만 이사 교체 주기를 늦춰 제도의 실효성을 낮추려는 우회 방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다. 정확히는 10일 이후 이사 선임을 위해 처음 소집하는 주주총회부터 적용된다.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하는 인원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게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이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한 번에 선임할 때 주주에게 보유 주식 수와 선임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이를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하거나 특정 후보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가 많을수록 소수주주가 보유한 전체 의결권도 증가해 특정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쉬워진다.

가령 의결권 있는 주식이 100주이고 이사 4명을 뽑는다면 주식 21주를 보유한 주주는 총 84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면 나머지 주주들이 보유한 316표로 해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는 경쟁 후보 4명을 만들 수 없어 이론적으로 최소 1석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선임하는 이사가 2명이라면 1석 확보에 필요한 지분은 33.3%를 넘어선다. 선임 이사가 3명이면 25% 초과, 4명이면 20% 초과가 이론적인 기준이다. 1명만 선임할 경우에는 의결권을 집중하는 제도 자체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아 과반 지지가 필요하다. 실제 선임 결과는 주총 참석률과 후보 수, 주주 간 연대 및 표 분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것은 전체 이사 수뿐 아니라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동시에 선임하는 이사 수다. 이사 임기를 길게 설정하거나 만료 시점을 서로 다르게 배치하면 특정 주총에서 선임 대상에 오르는 이사를 1~2명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소수주주가 표를 몰아 후보 한 명을 진입시키는 데 필요한 지분율은 높아진다.

키움증권은 개정 상법 시행을 약 6개월 앞둔 3월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동시에 사외이사 연임 때 적용하던 ‘1년 이내 임기’ 조항을 없애 일반 이사와 마찬가지로 최대 2년의 임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외이사의 연속 재임 한도도 5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집중투표제는 수용하면서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는 늘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집중투표제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외이사 연임 임기가 1년이면 매년 재선임 여부를 주주들에게 묻게 되지만 2년의 임기를 부여하면 다음 해 주총에서는 해당 이사의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

최대 재임 기간 확대도 기존 사외이사의 교체 시점을 1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신규 후보를 선임할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이사 임기를 분산하는 방식과 결합하면 집중투표 대상이 되는 자리를 줄이는 방어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은 이사 수를 줄이거나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은 집중투표제 대응 전략으로 향후 주주총회별 이사 선임 인원을 점검하고 특정 연도에 다수 이사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나지 않도록 임기를 분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영향은 사외이사별 임기 만료일과 향후 주주총회에서 동시에 선임하는 이사 수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시기에 여러 이사의 임기가 끝나면 임기를 늘렸더라도 집중투표제의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

국민연금도 키움증권의 정관 변경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이 “정당한 사유 없이 사외이사의 임기를 단축하거나 연장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2025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키움증권 지분율은 11.08%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정관 변경안은 의결권 행사 주식 수 기준 찬성 73.8%, 반대·기권 26.2%로 통과됐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사외이사 임기 연장 등이 하나의 정관 변경안에 함께 담겼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앞둔 시점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사외이사 임기 연장을 하나의 정관 변경안에 함께 담았다는 점에서 주주권 강화라는 개정 상법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정관 변경은 사외이사 연임 임기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조정해 사내이사와 임기 구조를 동일하게 하고, 이사회 운영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연임 사외이사가 매년 재선임 부담을 지면 장기적 관점의 의사결정과 전문성 축적이 어려워지고 감독 기능도 단기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기 조정은 사외이사가 보다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진을 감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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