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저축률 45.6% '역대급'⋯"고물가에 지갑닫아" vs "미래 소비여력 축적"
한은 "하반기 배당·성과급 유입돼 시차 두고 소비 개선"⋯'지표 착시' 반박
한국 경제의 거시지표는 40여 년 만의 대호황을 가리키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현실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전년 대비 성장률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3.1% 뛰었지만 가계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화려한 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를 두고 일각에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될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8일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 지표를 보면 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여실히 확인된다. 우리나라 성장의 핵심은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 단가 등이 치솟으며 발생한 '수출 대기업 중심의 실적 개선'이다. 실제 올 2분기 기업이 벌어들인 총영업잉여는 전기 대비 18.5% 급등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또다시 한은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반면 가계 임금소득에 해당하는 피용자보수는 전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수익의 온기가 가계 주머니까지는 파고들지 못한 셈이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저축률 역시 체감경기 부진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분기 총저축률은 전기 대비 3.9%포인트(p) 상승한 45.6%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5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가계 순저축률도 9.7%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1분기(11.0%)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가계가 소득을 다 쓰지 않고 곳간에 쌓아뒀다는 의미지만, 현실에서는 내수 디플레이터(3.6%) 상승 등 누적된 고물가와 불확실성 여파로 필수 지출 외에 소비를 조인 결과로도 읽힌다.
한은은 이 같은 '지표 착시' 논란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소득부장은 "GDP 통계는 경제 전반의 평균적인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체감하는 바는 다를 수 있지만, 이를 지표의 착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 영업이익이 급증한 시점이 작년 연말과 올해 1분기부터"라며 "이 부분이 개인이나 가계 소득, 민간소비로 연결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역대급 저축률에 대해서도 소비 위축이 아닌 '향후 소비 여력의 축적'으로 해석했다. 김 부장은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가 그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에 저축률이 증가한 것"이라며 "이는 향후 미래에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축률의 증가는 미래 민간소비나 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일부 대기업의 초과이익 온기가 배당과 성과급, 일자리 등을 통해 가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기업의 수익 개선 효과가 순차적으로 정부와 가계로 이전되고 소비를 늘려 서비스업 등 타 업종으로 전파될 것으로 봤다. 김 부장은 "삼성전자 현금 배당과 법인세 중간예납 등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 기업 소득의 정부 및 가계 분배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가계소득 증가세와 축적된 저축 여력이 결합해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 증대로 확산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