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날씨로 미래 위험 계산?…기후보험 ‘데이터 공백’ [기후재난, 보험을 바꾸다]

입력 2026-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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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상자료만으로 미래 위험 예측에 한계
기온·강수량과 매출·소득 피해 연결자료 부족
지수형 보험 확대하려면 공공데이터 표준화해야

▲(사진=AI 제공)
▲(사진=AI 제공)

기온이 35도를 넘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폭염으로 전통시장 방문객이 얼마나 줄고, 상인의 매출이 얼마 감소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기후보험이 맞닥뜨린 핵심 장벽이다. 기상 관측자료는 쌓이고 있지만 날씨 변화가 개인과 기업에 입힌 손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변화로 과거의 날씨가 미래의 기준이 되기 어려워진 점도 문제다. 과거 발생 확률을 토대로 사고 가능성과 보험료를 계산해온 보험산업의 전통적인 위험 측정 방식이 기후위기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1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재난적 기후현상 등에 따른 전 세계 연평균 경제적 손실은 2020년대 2189억 달러로 2000년대의 2.5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손실 규모가 커진 데다 폭염·폭우·가뭄 등의 발생 빈도와 강도도 빠르게 달라지면서 보험사가 고려해야 할 변수는 한층 복잡해졌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자료만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불가피한 한계가 있다”며 “보험료와 상품을 설계할 때 기후변화에 따른 변동성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공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 관측치를 넘어 미래 기후위험을 예측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상현상이 실제 손해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상자료를 통해 특정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폭염으로 유동인구가 얼마나 감소했고 점포별 매출과 근로자의 소득이 얼마나 줄었는지까지 연결해 보여주는 자료는 제한적이다. 보험사는 사고 확률뿐 아니라 예상 손해액을 계산해야 보험료와 보장 한도를 정할 수 있다. 기상지표와 손실 사이의 연결고리가 빠져 있으면 상품 설계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폭염으로 유동인구가 감소했다고 가정해도 점포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모르면 보상 규모를 정하기 어렵다”며 “기후지표의 변화뿐 아니라 그 변화로 실제 손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함께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학계에서는 이를 과거 통계의 ‘대표성 상실’ 문제로 본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이전에 드물었던 극한기후가 반복되고 같은 시기에도 지역별로 정반대의 기상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동 계명대 기후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의 기상현상은 극단적이고 돌발적이며 변동성이 크다”며 “이 같은 현상을 과거 기후자료로 추정하는 데 한계가 커지는 것을 ‘과거 기후자료의 무용성’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상층 제트기류가 과거보다 남북 방향으로 크게 굽이치면서 지역에 따라 상반된 기상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도 기후위기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지수형 기후보험 역시 결국 데이터가 성패를 가른다.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해액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고 기온이나 강수량 등 미리 정한 지표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손해사정 절차를 줄여 보험금을 빠르게 지급할 수 있지만, 기상지표와 실제 피해의 관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보상과 손실이 어긋날 수 있다.

특히 같은 기온과 강수량이라도 지역과 업종, 시설 수준에 따라 피해가 달라지는 만큼 세분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기상·재난·매출·소득·보험금 지급 자료를 지역별로 연계하고 공공데이터의 형식과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고 해외 데이터 역시 완전하지 않다”며 “이용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결합해 미래 위험과 손해를 추정하고 이를 상품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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