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모집 시행 1년' 금융당국과 시장간 '온도차'

입력 2009-10-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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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판매 쏠림 지적..향후 생ㆍ손보간 실적 엇갈릴수도

생명보험 설계사와 손해보험 설계사가 상대방 보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인 교차모집제도 시행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교차모집제도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판단하는 금융당국과 달리 시장 참가자들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여전하다는 인식을 보여 당국과 시장간의 온도차가 다소 감지됐다.

이는 보험사들이 그동안 교차모집 설계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판매채널로 활용,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설계사들의 일부 상품으로의 지나치게 판매 쏠림과 이로 인한 생보사와 손보사간 엇갈린 실적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교차모집 설계사에 의한 보험판매가 보험사 전체 판매실적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 사항으로 꼽히며 교차모집제가 정착만 됐을 뿐 제도 활성화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위기로 인한 판매실적 저조 때문이라는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교차모집에 의한 월평균 신계약 건수가 1건 이상인 교차모집 설계사가 전체 설계사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교차모집제도 시행 1년 평가 및 향후 감독방안'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 교차모집제 시행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판매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다양해져 설계사들의 영업 기회가 확대되는 한편 생ㆍ손보 상품의 원스톱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들의 보험가입 편의성이 제고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아울러 보험업계 교차모집시장을 그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당초 우려됐던 교차모집 설계사의 과당유치 행위 및 불완전 판매 증가 등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향후 동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교차모집제도와 관련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다소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무엇보다 일정한 시험을 보고 자격을 취득한 보험설계사가 생명보험회사나 손해보험회사 가운데 한 곳을 지정해 해당회사 상품을 팔 수 있게 만든 제도인 교차모집제도가 특정 상품 판매로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 증권사의 한 보험담당 연구원은 금감원의 이번 교차모집제 시행 평가와 관련, "상품유형별 판매 실적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생보사 교차모집 설계사들의 대부분이 저축성보험으로 쏠린 모습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이는 설계사들이 생명보험 상품보다 손해보험상품 구조가 상대적으로 판매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으로, 자산 증식이 주된 목적인 저축성보험은 복잡한 보장을 제공하는 보장성보험보다 비교적 상품구조를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저축성 보험으로의 교차판매가 집중된 것과 달리 보장성보험이나 변액보험의 판매가 부진한 점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교차모집제도가 미처 보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연구원은 "생명보험사의 주력상품인 연금보험과 변액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교차판매 설계사가 판매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따라서 고객을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교차판매가 수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차판매 설계사 입장에서는 변액보험이나 보장성보험이 보다 큰 수수료 수입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러한 복잡한 상품 구조를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어 그나마 판매가 수월한 저축성보험에 매달렸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해당 생보사에 등록한 교차판매 설계사들의 상대적인 수입 감소는 물론 해당 생보사들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제도 시행과정에서 특정 상품으로의 지나친 판매 쏠림현상을 완화토록 유도하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생보사들이 주목을 끄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도 교차판매로 인한 수익성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생보사의 대표격인 종신보험의 경우 이미 가입할 만한 사람들은 거의 가입했고, 변액보험은 지난해 말 주식시장 침체 이후 지금까지도 금융위기 이전의 판매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손보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은 상품구조가 단순해 교차모집 설계사에 의한 보험판매 실적에 덕을 본 것으로 나타나, 생보사 소속 교차모집 설계사들의 부진한 판매 실적과 대조를 이뤘다.

설계사들이 보다 이해가 용이한 상품 위주로 고객들에게 판매를 권유하는 특성이 이번 교차모집 제도 시행으로 더욱 두드러진 셈이다. 실제 시중 손보사 교차판매 중 자동차보험은 실손보험 판매와 더불어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생명보험 소속 교차보험 판매 설계사가 손해보험사 상품을 판매해 손해보험사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생보업계에서 '재주는 곰이 구르고 돈은 사람이 챙기는 격'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이는 교차모집 설계사 등록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며 "생보 설계사가 손보 교차모집 설계사로 등록한 비율은 57.7%로 나타났지만 그 반대의 경우 30.2%에 그쳐, 생보사와 손보사간 보험판매 실적 결과

로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영업력이 뛰어난 몇몇 생명보험 설계사들이 손해보험 상품을 팔아서 손해보험 교차판매 실적이 올라가고 있다"며 "일부 영업점에서는 교차판매를 인위적으로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교차모집제도 시행 활성화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교차판매 실적이 업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고 당장 현 상황만 보고 생보사와 손보사간 엇갈린 판매 실적만 놓고 성급하게 제도에 손질을 가하기는 어려운 만큼, 제도 시행과 관련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차모집시장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동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에 나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안정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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