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지정기업부' 주식매매 한계… 개인간 거래로 내몰리는 주주 [상장폐지, 그 후④]

입력 2026-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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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메딕·파멥신 122거래일 모두 거래 성사
누적 거래대금 27억원…소액주주 보유량 대비 29%
6개월 지나면 연장 없이 지정해제…장외 이전 없어

[편집자주]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상장폐지 기업은 8월까지 30곳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를 넘어섰고, 거래소가 퇴출 문턱을 높이면서 밀려나는 기업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져도, 그 주식을 든 소액주주는 남는다. 주식을 팔 곳이 마땅치 않고 회사 정보마저 끊기면서 남겨진 주주의 재산과 알 권리는 방치된다. 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국거래소 시세, 금융투자협회 장외시장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최근 5년여간 상장폐지된 115곳과 그곳에 남겨진 소액주주 210만 명의 처지를 짚어본다.

상장폐지 주식에 6개월간 추가 매매 기회를 주는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의 첫 지정 종목들이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은 6개월 내내 매일 거래됐지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200만원에 그쳤다. 지정된 거래 기간이 끝나면 연장 없이 상폐 기업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팔 수 없다. 이후에는 개인간 거래에 의존해야 해 이 제도가 상폐 기업 주주에게 실질적인 주식 처분 기회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본지가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 최초 편입 종목인 인트로메딕과 파멥신의 거래 내역을 집계한 결과, 2월 27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122거래일간 두 종목의 누적 거래량은 1857만9614주, 거래대금은 27억1668만5945원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15만2292주, 2226만7918원어치가 거래된 셈이다. 두 종목 모두 122거래일 내내 거래가 성사됐다.

상장폐지지정기업부는 상폐 이후 주주의 매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올해 2월 K-OTC에 신설한 한시적 거래 시장이다. 코스피·코스닥에서 상폐된 기업 가운데 감사 의견과 주식 유통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6개월 동안 장외시장에서 거래할 기회를 제공한다. 첫 거래일 기준가격은 상폐 전 마지막으로 거래가 성립한 날의 종가와 마지막 3차례 거래성립일의 평균 종가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한다. 가격제한폭은 기준가격 대비 ±30%다. 매도·매수 호가의 가격이 일치할 때 거래가 체결되는 상대매매 방식을 적용한다.

종목별로 보면 인트로메딕은 6개월간 1291만9286주, 17억8347만6398원어치가 거래됐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만5896주, 거래대금은 약 1462만원이다. 매매 개시 당시 기준가격은 135원이었지만 마지막 거래일 가중평균주가는 123원으로 8.9% 낮아졌다. 파멥신은 같은 기간 566만328주, 9억3320만9547원어치가 거래됐다. 하루 평균 4만6396주, 약 765만원 규모다. 기준가격 115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마지막 거래일에는 56원으로 떨어졌다. 하락률은 51.3%다.

상폐 직전인 2025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인트로메딕 소액주주는 2만3122명으로 3401만7153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파멥신은 소액주주 2만7016명이 2907만1558주를 갖고 있었다. 두 회사의 소액주주만 총 5만138명, 보유 주식은 6308만8711주에 달했다. 6개월간 두 종목의 누적 거래량은 소액주주 보유 물량의 29.45%에 해당한다. 인트로메딕은 37.98%, 파멥신은 19.47% 수준이다. 다만 이를 기존 소액주주의 29%가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같은 주식이 여러 차례 거래됐을 수 있고 실제 매도자가 소액주주였는지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OTC 거래 기회도 6개월에 그친다. 첫 지정 종목인 인트로메딕과 파멥신은 거래기간 만료로 지정 해제돼 현재 K-OTC에서 매매할 수 없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상장폐지지정기업부에 지정된 지 6개월이 지나면 연장 없이 지정 해제되고 이후에는 개인 간 거래로 넘어간다"며 "다만 추후 요건을 충족하면 K-OTC 등록·지정기업부에 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폐지지정기업부가 정리매매 이후 사실상 끊겼던 상폐 주식의 거래 기회를 일정 기간 연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제한적인 거래 규모와 6개월 이후 다시 개인 간 장외거래로 돌아가야 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상폐 주주의 환금성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장외시장은 수요와 공급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거래소 시장처럼 활발한 거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K-OTC시장 거래 대금이 적은 원인이 매수 수요 부족인지, 가격 하락으로 매도 의사가 줄어든 것인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6개월은 거래소의 정리매매 기간과 비교하면 긴 만큼 다른 제도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 기한을 마냥 연장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싣는 순서>

①[단독] 증시 강제퇴출 115곳… 개미들 3.7조 물렸다
②주식 있어도 못 팔아…멈춰선 17개월, 24만 금양 소액주주의 절망 속 절규
③[단독] 상폐 3년, 3곳 중 1곳 '공시 단절'…남겨진 주주는 깜깜이
④'상폐지정기업부' 주식매매 한계… 개인간 거래로 내몰리는 주주
⑤[단독] 상폐 115곳 중 91곳 '피난처'서 배제…210만명 중 85%는 문 밖
⑥빨라진 상폐, 남겨진 주주…퇴출 뒤 '최소 보호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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