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인데 거제 인구는 줄었다…변광용 시장, 삼성·한화 총수에 면담 요청

입력 2026-09-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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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설계인력 빠져나가…이주노동자보다 내국인 정규직 채용 확대해야”

▲거제시청에서 변광용 시장이 조선소 인력유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거제시청)
▲거제시청에서 변광용 시장이 조선소 인력유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거제시청)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았지만 정작 조선소가 자리한 경남 거제의 지역경제는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업 핵심 기능인 설계인력마저 부산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거제시가 삼성·한화그룹 최고위층에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그룹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번 면담 요청은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지역의 상생 방안을 직접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부산지역 설계센터 확대와 추가 설계인력 채용을 추진하면서 거제에서는 핵심 인력과 일자리의 지역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 시장은 면담에서 △설계인력의 부산 유출 및 확대 문제 △내국인 및 지역인재 채용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업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상생 발전 △지역사회 공헌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변 시장은 기업이 조선업 위기 당시 정부 지원을 통해 고용과 생산 기반을 지켜냈다면, 조선업이 회복된 지금은 그 성과가 지역사회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집중호우 피해 당시 두 그룹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과 지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후 부산지역 설계센터 확대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기업과 지역이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틀과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해법을 요구했다.

변 시장은 “조선업이 어려울 때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조선업 호황을 되찾은 지금 기업과 상생을 논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며 “숙련 노동자들이 계속 현장을 떠나고 있는 만큼 이주노동자 중심의 인력 충원보다 퇴직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신규 정규직 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제시가 기업의 인력 정책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은 조선업의 고용구조 변화가 지역경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의 생산량과 수주잔고가 늘더라도 신규 일자리가 지역에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고 핵심 설계·기술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다면 조선업 호황이 거제의 소비와 인구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변 시장은 올해 거제시 인구가 약 2400명 감소한 가운데 청년인구는 약 2600명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조선소가 자리한 거제조차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거제시장으로서 거제와 시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각오로 필요하다면 삼성과 한화 본사를 직접 찾아가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 시장은 앞서 2일 기자회견에서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추진하는 부산지역 설계센터 확대 및 설계인력 추가 채용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거제시는 기업의 지역 인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자체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주거와 교통, 교육, 문화, 의료 등 정주여건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거제지역 인력 확대를 전제로 사무공간과 교육훈련, 지역대학 연계, 근로자 정착 지원 등 기업이 지역에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면담 요청은 조선업 호황을 둘러싼 거제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소의 수주가 늘고 생산이 회복되는 것만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가 지역에 남고,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며, 기업의 성장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지역사회에 축적돼야 조선업 호황이 지역의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제시가 삼성과 한화의 최고위층에 직접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조선업 호황의 역설’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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