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가을이 오는 길목

입력 2026-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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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예순이 넘고 일흔이 된 형제들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얘기 끝에 한 형제가 우스갯소리로 여름 과일과 가을 과일에 대해 얘기한다. 예전에는 가을 과일의 대표가 밤과 감이었다. 여름이 다 가지 않은 8월 말 시장에 갔더니 햇밤이 났더라고 했다. 조생종 밤보다 더 일찍 익는 조조생종 밤이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다른 형제가 그 밤은 가을 과일이 아니라 여름 과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벌써 햇밤을 파는 곳이 있었다.

여름 과일은 복숭아와 자두인데 복숭아도 요즘은 여름 지나 가을에 따서 파는 것들이 많다. 자두도 그렇다. 일찍 익는 것은 5월 말부터 시장에 나와 9월이 되어야 비로소 수확하는, 말 그대로 가을자두라는 이름의 ‘추리’도 있다. 그런 자두는 보관성이랄지 저장성도 뛰어나 10월에도 자두를 즐길 수 있으니 여름 과일이기도 하고 가을 과일이기도 하다.

어릴 때는 이맘 때 작은 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가 마음껏 버섯을 따오곤 했다. 십리나 시오리쯤 먼 곳에서 산길을 걸어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 오는 길에 송이를 따오기도 했다. 우리 어릴 때도 송이는 진귀한 버섯이기는 해도 크게 돈이 되는 상품은 아니었다. 그런 버섯 정도는 그냥 동네에서 소비되었다. 멀리 나가 봐야 강릉시장에서 팔리는 정도였다. 큰 산 아래에 사는 친구들은 그걸 따와 교실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나눠주기도 했다. 밤 한 움큼과 송이를 맞바꾸기도 했다.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송이는 제법 돈이 되는 상품으로 대접받았다.

흔하고 먹기 간편하기로는 밤이 첫째였다. 발갛게 익어 떨어지기 전에 푸른 밤송이를 억지로 까서 그 안의 풋밤을 꺼내먹기도 했다. 여러 동네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여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동네 밤이 가장 먼저 익는지도 자랑했다. 학교로 오는 산길에 주머니가 불룩하게 밤을 주워 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밤만큼이나 대접받던 먹거리는 다래였다. 그것도 다래 덩굴이 자라는 곳을 잘 알아두었다가 바구니가 가득 차도록 따왔다. 다래는 따자마자 딱딱한 것은 먹을 수 없다. 며칠 따뜻한 곳에 두어 물렁물렁해져야 비로소 단맛이 난다. 사실 가을 과일의 대명사와도 같은 감은 9월에도 아직 푸르고 과육도 작다. 감은 가을이 좀 깊어져야 오히려 그때부터 과육을 키운다. 어릴 때는 이즘에 꼭지가 빠져 땅에 떨어지는 감을 주워와서 다래와 함께 따뜻한 곳에 두어 말랑말랑하게 물려서 먹기도 했다.

어릴 때 어른들은 먼 곳에 있는 친정보다 가을 산이 더 친정 같다고 했다. 가면 갈 때마다 아끼지 않고 무얼 준다는 뜻이었다. 긴 무더위 끝에 가을이 왔다. 한낮으로는 아직 더워도 아침 저녁으로 바람 인심도 선선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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