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슈트’ 포기하니 시장 열렸다…외골격, 산업현장 속으로

입력 2026-09-05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신형 대신 손·허리 등 특정 부위 보조
공장·물류·농업 이어 의료현장까지 확산
고령화·인력난에 근로자 부상 예방 주목
등산·운동용 제품 등장…소비시장도 넘봐

▲독일 저먼바이오닉의 외골격. (출처 저먼바이오닉 홈페이지)
▲독일 저먼바이오닉의 외골격. (출처 저먼바이오닉 홈페이지)
영화 ‘에이리언’이나 ‘아바타’에 등장하는 전신형 외골격은 현실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손이나 허리 등 특정 신체 부위만 보조하는 ‘실용형 외골격’이 산업 현장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근로자의 힘을 보조하고 부상 위험을 낮추는 새로운 노동 장비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5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육군이 과거 개발하던 전신형 외골격 2종과 다리·엉덩이용 외골격 1종은 모두 개발이 중단됐다. 배터리와 무게, 복잡한 구조 등의 한계로 영화 속 ‘만능 슈트’를 현실에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골격 업계는 대신 발상을 바꿨다. 전신의 힘을 증폭시키기보다 손과 허리, 팔, 무릎 등 특정 부위와 작업에 집중했다. 배터리와 구동장치, 센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제품은 가벼워지고 착용하기 편해졌다.

대표적인 제품이 네덜란드 스켈렉스의 전동 장갑 ‘아이언핸드’다. 손가락과 손바닥의 센서가 압력을 감지하면 5개의 소형 모터가 케이블을 당겨 사용자의 악력을 높인다. 산업재해로 손의 힘이 약해진 근로자도 자재를 나르고 전동드릴 같은 공구를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9995유로(약 1600만원)에 달하지만 2024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세계 약 200개 기업이 도입했다.

독일 저먼바이오닉의 ‘엑시아’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자의 허리 등을 보조하는 일종의 ‘외부 척추’다. 공장과 창고, 화물운송업체 등 약 300개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환자를 반복해서 들어 올려야 하는 간호사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AI 이미지 편집)
▲(AI 이미지 편집)
농업에서도 외골격이 활용된다. 일본 이노피스는 허리 부담을 줄여주는 ‘머슬슈트’를 개발해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작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 자페메디컬의 ‘자페W+’는 허리와 몸통을 감싸고 구동장치를 이용해 물건을 들거나 운반할 때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인다.

의료 분야에서는 손상된 신체 기능 자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라이프워드의 ‘리워크’는 척수 손상 환자가 일어서거나 걷고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다리 움직임을 보조한다. 미국 마이오모의 ‘마이오프로’는 피부에 부착한 전극으로 미세한 근육 신호를 읽은 뒤 모터를 작동시켜 마비된 팔과 손을 움직인다. 지금까지 약 4000대가 출하됐다.

외골격의 영역은 산업·의료를 넘어 일반 소비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스킵은 등산객의 무릎을 보조하는 1㎏ 미만 외골격 ‘모고(MO/GO)’의 출하를 준비 중이다. 미국 데피는 올해 1월 발목 움직임을 돕는 전동 신발 ‘사이드킥’을 출시했다. 나이키도 데피와 손잡고 운동할 때 적은 힘으로 더 빠르고 멀리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전동 신발을 개발 중이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외골격 시장 확대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육체노동에 따른 부상을 줄이면서 고령자나 신체 능력이 떨어진 근로자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근로자 사이에서도 회사 일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외골격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외골격을 착용한 근로자에게 더 힘든 작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특정 신체 부위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다른 관절에 힘이 집중될 위험도 있다. 장기간 착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가 영화 속 전신형 ‘전투 슈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필요한 신체 부위만 돕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외골격의 상용화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전신형 외골격과 달리 기능을 단순화한 현재의 외골격은 시장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역세권·대단지에 청약 수요 집중…주택시장도 ‘기본기’ 주목
  • 靑 “호르무즈 파병, 다양한 방식 검토 단계…결정된 것 없어”
  • 2026 KBO리그 가을야구 매직넘버·트래직넘버 카운트 [그래픽 스토리]
  • 금융노조 3만명 총파업⋯‘2차 파업’ 시 업무 차질 우려 [공공기관 빅뱅]
  • 발전5사 통합본사 1800명 규모…입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연계 [공공기관 빅뱅]
  •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4.7억 시대⋯가격 부담에 ‘내 집 마련’ 저울질
  • '역대 2위' 7월 경상수지, 400억달러 흑자 벽 또 넘었다⋯39개월째 흑자
  •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 “음주운전, 용납될 수 없는 잘못…깊이 반성”
  • 오늘의 상승종목

  • 09.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9,287,000
    • -1.62%
    • 이더리움
    • 3,363,000
    • -1.67%
    • 비트코인 캐시
    • 345,800
    • -2.34%
    • 리플
    • 1,917
    • -3.67%
    • 솔라나
    • 139,700
    • -2.58%
    • 에이다
    • 290
    • -4.29%
    • 트론
    • 455
    • +0.44%
    • 스텔라루멘
    • 245
    • -3.1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840
    • +0.35%
    • 체인링크
    • 15,950
    • -1.91%
    • 샌드박스
    • 51.11
    • +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