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국경을 넘는 저작권, 어느 나라 법을 기준으로 할까

입력 2026-09-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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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생성형AI 미드저니에게 '각국의 저작권법에 따라 사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미드저니)
▲생성형AI 미드저니에게 '각국의 저작권법에 따라 사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미드저니)

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창작자의 국적, 창작지, 권리가 거래된 곳, 실제로 이용된 곳이 제각기 다른 사건이 늘고 있다. 이런 사건에서 검토의 실마리를 잡으려면 준거법부터 정해야 한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거래관계에서 생긴 분쟁이고 계약서가 있다면, 계약서의 준거법 조항이 우선적인 출발점이 된다. 다만 준거법 합의의 유효성, 그 적용 범위 및 해당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강행규정은 별도로 검토하여야 한다.

거래관계가 없는 저작권 분쟁은 대체로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 책임이 문제된다. 예를 들어 외국 영화 속 등장인물이 인터넷을 검색하는 장면에, 내가 SNS에 올린 그림이 비중 있게 등장했다고 해보자. 나와 그 영화 제작사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이 없다. 이 경우 준거법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대한민국이 가입한 국제조약이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경우에는 그 조약이 우선 적용되고, 조약이 규율하지 않거나 준거법 결정을 배제·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법정지, 곧 소송이 제기된 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이 정해진다. 대한민국과 상대방 국가가 베른협약의 적용관계에 있고, 해당 쟁점이 베른협약이 규율하는 저작권 보호의 범위와 구제수단에 해당한다면 베른협약 제5조 제2항이 우선 문제된다. 베른협약이 직접 규율하지 않는 사항은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한다.

우리 국제사법 제40조는 “지식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따른다”고 정한다. 침해지법이란 쉽게 말해 침해행위가 이루어진 곳의 법이다. 이 조항은 베른협약이 채택한 보호국법주의를 국내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보호국법은 보호가 주장되는 나라의 법, 즉 권리 침해가 주장되는 국가의 법을 말한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소송이 제기된 국가(법정지)가 곧 보호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이루어진 침해행위를 두고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그 사건의 준거법은 한국법이 아니라 침해행위가 이루어진 독일법이 된다. 원고가 어느 국가의 법정으로 달려가 침해와 보호를 주장하는지가 기준이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 침해가 발생했으니 그 국가에서 보호가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지가 기준이 된다.

온라인을 통하여 여러 국가에서 침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전 세계 침해행위 전체에 하나의 법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를 구하는 국가와 그 국가 내 침해행위를 특정하여 국가별로 준거법을 정한다. 중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침해행위에 대하여 그 보호를 구한다면,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장소적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저작물 이용허락 행위의 정지를 구하는 경우, 청구취지 등에서 정지를 구하는 이용허락행위의 장소적 범위를 침해지 국가로 한정하는 등으로 침해지를 명확히 특정해야 준거법이 결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0다250561 판결).

그런데 저작권 분쟁이라고 해서 하나의 준거법이 사건 전체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준거법을 그 성질에 따라 나누어 판단해 왔다.

저작권이 성립하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양도가 가능한지, 이전과 귀속에 어떤 절차나 형식이 필요한지, 이런 문제는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의 대세적 효력, 곧 권리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보호국법이 적용된다. 한국에서의 보호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한국 저작권법이다. 반면 저작권 이전의 원인이 된 계약 등의 법률관계는 목적물이 저작권일 뿐 성질은 계약이어서, 저작권 자체의 대세적 효력이나 보호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런 계약관계는 국제사법의 지식재산권 규정으로 준거법을 정할 수 없고, 그 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을 따로 정해야 한다(위 대법원 2020다250561 판결).

위 대법원 2020다250561 판결은 게임 저작물의 공동저작권자였던 B가 2017년 물적분할로 C를 세우면서 그 저작권을 양도하고, C가 중국 회사들과 게임 이용허락계약을 맺자, 다른 공동저작권자 A가 C를 상대로 중국 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저작권 승계의 원인이 된 B가 사업 부문을 떼내어 C를 신설한 물적분할에 대한민국 상법이 준거법이 되더라도, B가 C에게 ‘중국 내 저작권’을 넘길 수 있는지는 저작권의 이전에 관한 문제이므로 보호국법인 중국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마크 곤잘레스 사건에서 기존 판시사항을 다시 확인하면서, 업무상저작물의 저작권이 처음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그 창작의 기초가 된 업무상 관계, 즉 고용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5다209384 판결). 곤잘레스는 1999년 미국 회사와 고용계약을 맺으면서 준거법을 미국 와이오밍주법으로 정했고, 법원은 그가 만든 도안이 업무상저작물로서 그 회사에 최초로 귀속되는지는 한국 저작권법이 아니라 와이오밍주법을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보호국법(한국법)을 곧바로 저작권자 결정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여러 국가와 관련된 요소가 존재하는 저작권 소송에는 하나의 준거법이 아니라 쟁점 별로 여러 준거법이 적용될 수 있다. 어느 하나를 놓치면 “권리를 넘겨받았다”는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024년, 2025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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